단순 소개가 보이스피싱 방조로… 법원 “인식 부족, 무죄”

대출 데이터 작업인 줄 알고 사람을 연결해준 남성, 법원 “범죄 인식 증명 안 돼 유죄 단정 불가”
Oct 23, 2025
단순 소개가 보이스피싱 방조로… 법원 “인식 부족, 무죄”

사건의 배경

2019년 말, A씨는 지인으로부터 “대출 관련 데이터 작업을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알고 지내던 사람 B씨를 C씨에게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C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입니다.

이후 B씨는 C씨의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일하게 되었고,
C씨 일당은 실제로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을 “A씨가 B씨를 조직에 소개함으로써 보이스피싱을 도왔다”며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의 주장: “소개 자체가 범행 방조 행위다”

검찰은 A씨가 단순히 사람을 연결해준 게 아니라,
보이스피싱 콜센터 일임을 알고도 사람을 소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은 B씨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도
조직 총책 C에게 연결시켜줬다. 이는 범행을 용이하게 한 방조행위다.”

특히 B씨가 수사기관에서

“A씨가 나를 보이스피싱 콜센터에 소개해준 걸 알고 있었다.”
라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피고인의 항변: “그냥 데이터 작업인 줄 알았습니다”

A씨는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C씨가 대출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일을 한다고 해서
단순히 그 일을 도와줄 사람을 소개해준 것뿐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일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A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고,
그 일로 금전적 대가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보이스피싱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C씨에게 소개해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C씨가 보이스피싱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① 피고인은 ‘데이터베이스 작업’이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

재판부는 “C씨가 실제로 A씨에게 ‘대출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사람을 구한다’고 말했고, A씨는 그 말을 믿고 B씨를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데이터베이스 생성 업무와 보이스피싱은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이다.
피고인으로서는 C씨의 보이스피싱 계획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② 보이스피싱 총책 C의 진술 신빙성이 높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 C씨는 수사기관에서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A씨는 단순히 사람을 소개해줬을 뿐,
내가 하려는 일이 보이스피싱이라는 걸 몰랐을 겁니다.”

재판부는 “C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그가 다른 조직원들의 신원과 범행을 솔직히 밝힌 상황에서
A씨에 대해서만 허위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즉, C씨의 진술이 오히려 A씨의 무죄를 뒷받침한다는 것입니다.

③ 금전적 대가나 범죄 이익도 없었다

A씨는 소개 행위로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았으며,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이익을 공유받은 정황도 없었습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피고인이 범행을 용인했거나 협력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의심만으로는 유죄라 할 수 없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사건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단순히 사람을 연결해준 행위”
곧바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다룬 중요한 판례입니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단순히 사람을 소개하거나 연결해 준 행위만으로는
보이스피싱 범행 방조로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이 범행의 실체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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