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중 강제 성관계 의혹 — 법원 “폭행·협박 입증 부족, 강간 혐의 무죄”

결혼 약속 후 동거하던 남성, 짐 찾으러 온 여성을 강간했다는 혐의로 기소. 법원 “항거불능 수준의 폭행·협박 증거 부족… 합의된 관계 가능성, 무죄”
Oct 17, 2025
동거 중 강제 성관계 의혹 — 법원 “폭행·협박 입증 부족, 강간 혐의 무죄”

사건 개요

피고인은 결혼을 전제로 피해자와 동거하던 남성이었습니다.
동거 중 반복된 폭행과 협박 혐의로 기소되었고,
이후 피해자가 “짐을 찾으러 갔다가 강제로 성관계를 당했다”며 강간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법원은 폭행·협박 혐의는 유죄로 보아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지만,
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사건의 흐름

(1) 동거에서 폭력으로

2018년 봄,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고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과거 남자친구 사진을 보고 격분하며
“더러운 년, 몸 팔고 다닌 년” 등의 폭언과 함께 멱살을 잡고 손목을 꺾는 등 폭행을 반복했습니다.


또한 “죽고 싶냐, 소리쳐봤자 아무도 못 도와준다”며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파탄에 이르렀고, 피해자는 동거를 정리했습니다.

(2) “짐을 찾으러 갔다가 강간당했다”


동거가 끝난 지 한 달쯤 지난 2018년 6월 5일,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남은 짐을 돌려받기 위해 집을 찾았습니다.


검찰 공소에 따르면 피고인은
“무릎에 앉아 보라”며 팔을 잡아끌고 침실로 끌고 들어가
“넌 나랑 하고 싶어서 온 거 아니냐”며 성관계를 강제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는 이후 “억지로 옷을 벗기고 강간했다”며 고소했지만,
피고인은 “서로 감정이 남아 있어 합의하에 관계를 맺은 것”이라 반박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 “폭행·협박의 정도가 약하다”


법원은 강간죄의 요건인 ‘항거불능 수준의 폭행·협박’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1) 피해자 진술의 모호함

피해자는 “억지로 옷을 벗기고 강제로 관계했다”고 진술했지만,

  • 옷이 찢기거나 단추가 뜯기는 등의 손상 없음,

  • 신체 상처나 멍 등의 외상 없음,

  • 당시 입고 있던 옷(청바지·티셔츠)도 그대로 있었다는 점 등이 확인되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폭행·협박의 정도가 강간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현장 상황 — 112 신고에도 ‘범죄 정황 없음’


피해자의 모친이 딸의 휴대전화가 꺼진 것을 걱정해
3차례나 112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현장에 두 번 출동해 피고인과 피해자를 분리 조사했음에도,
감금·폭행 등 위법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피해자 스스로 “도움을 원치 않는다”고 말해 경찰이 철수했습니다.

만약 직후 강간이 있었다면, 피해자가 경찰 앞에서 아무런 항의를 하지 않은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3) 객관적 증거의 부재


피해자는 이후 병원 진단서를 제출했으나,

  • ‘질염(캔디다증)’ 진단은 강제 성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아니었고,

  • 목·어깨 염좌 진단도 사건 후 3주가 지나 발급되어 강제 행위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4) 이후 정황 — 피해자의 태도


사건 후 피해자는 다시 피고인 집을 찾아와 짐을 정리했고,
그 영상에는 “신고하세요, 고소하세요”라는 냉소적인 말만 있을 뿐 성폭행 항의는 없었습니다.


또한 이후 피고인과 통화하며 “나한테는 상처야”라고 말했지만,
성관계의 강제성을 주장하지는 않았습니다.

→ 재판부는 이 일련의 정황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폭행·협박으로 피해자의 의사를 제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결론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외 증거도 부족하다.”


이에 따라 법원은

  • 강간 혐의 무죄

  • 폭행·협박 혐의 유죄(벌금 500만 원)

을 선고했습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동거 중 강제 성관계’ 사건에서 폭행·협박의 기준을 엄격히 본 사례입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보다 객관적 정황과 행위의 구체적 정도를 중시했습니다.

단순히 “억지로 관계했다”는 진술만으로는
강간죄의 ‘항거불능 상태’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낮게 본 것이 아니라,
형사재판의 핵심 원칙인 ‘합리적 의심이 없는 증명’을 강조한 판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연인 관계’에서의 성폭행 혐의를 다룰 때
법원이 얼마나 엄격한 증거 기준을 적용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연인 사이의 성관계는 본질적으로 ‘상호 동의’라는 불명확한 영역에 위치합니다.

그렇기에 객관적 증거와 정황의 일관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을 충족시키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 판결은 “감정이 남아 있는 관계에서 일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법은 감정이 아니라 증거로 판단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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