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소지 혐의로 압수수색을 집행하던 중, 하드디스크에서 아동·청소년성착취물 89개가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문제는 압수수색영장의 혐의사실이 '불법촬영물 소지'였지, '아동성착취물 소지'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별개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그대로 압수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별도의 영장을 받아야 했을까요?
1심과 2심은 "영장 범위를 벗어난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견을 달리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압수수색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매우 중요한 판결입니다.
사건의 개요
경찰은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을 통해, 누군가가 토렌트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남녀 성관계 동영상 파일 90개를 다운로드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IP 추적과 통신자료 조회를 거쳐 피고인의 주소지를 특정한 뒤,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습니다.
2021년 8월 17일 발부된 영장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영장 기재 항목 | 내용 |
범죄사실 | 피고인이 토렌트를 통해 불법촬영물을 다운·소지·유포 |
압수수색 필요 사유 | "아동성착취물 등 본건 혐의 관련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가 필요" |
압수할 물건 | "디지털 증거매체에 저장한 전자정보 중 불법촬영물 및 아동성착취물 범죄혐의와 관련된 것" |
경찰은 피고인의 하드디스크를 압수했고, 다음 날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드디스크 속 두 가지 범죄
탐색 결과, 하드디스크에는 영장의 직접적인 혐의사실인 불법촬영물 2개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이 자위하거나 신체가 노출된 성착취물 89개가 함께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관계가 있습니다.
불법촬영물 (영장 혐의): 2021년 5월경 토렌트로 다운로드
아동성착취물 (여죄): 2020년 1월경 불상의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다운로드 시점은 약 1년 4개월 차이가 났고, 다운로드 경로도 달랐습니다.
경찰은 아동성착취물을 발견했지만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받지 않은 채 그대로 압수를 진행했습니다.
검찰은 불법촬영물 소지(성폭력처벌법위반)와 아동성착취물 소지(청소년성보호법위반) 두 가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1심·2심 — "영장 범위 밖, 위법수집증거로 무죄"
1심과 2심은 아동성착취물 부분에 대해 동일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위법수집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없고, 따라서 무죄라는 것이었습니다.
2심이 제시한 논거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별개의 범죄라는 점.
불법촬영물 소지(성폭력처벌법)와 아동성착취물 소지(청소년성보호법)는 입법목적과 구성요건이 다른 별개의 범죄이며, 다운로드 시점도 1년 4개월 차이가 나고, 다운로드 수단(토렌트 vs 불상 사이트)도 달라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둘째, 영장 발부 당시 수사 근거가 없었다는 점.
영장의 '압수수색 필요 사유'에 "아동성착취물"이라는 기재가 있더라도, 영장 청구 시점에서 아동성착취물 소지에 대한 수사가 실제로 진행된 적이 없으므로 압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셋째, 절차 위반의 중대성.
경찰은 아동성착취물이 영장 혐의사실과 관련 없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탐색을 중단하지 않았고, 별도의 영장도 받지 않았다.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예외적으로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직관적으로도 설득력 있는 논리였습니다.
영장에 적힌 범죄와 다른 범죄의 증거를 영장 없이 가져가는 것은 영장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 "관련성이 인정된다, 적법한 압수"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 실무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입니다.
① 압수수색의 "객관적 관련성"이란 무엇인가
대법원은 먼저 압수수색의 관련성 판단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5조의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란, 영장 혐의사실 자체 또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된 경우뿐만 아니라, 범행 동기·경위·수단·방법·시간·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단순히 동종·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관련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② 디지털 성범죄의 특수성 — "성적 경향성의 발현"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특히 강조한 것은 디지털 성범죄의 특수한 속성입니다.
불법촬영물이나 아동성착취물 소지와 같은 범죄는 그 속성상 상습성이 의심되거나, 성적 기호 또는 경향성의 발현에 따른 일련의 범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같은 저장매체 안에 저장된 같은 유형의 전자정보에서 유력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 법리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불법촬영뿐 아니라, 압수수색 혐의사실이 디지털 성범죄인 경우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같거나 근접한 시기, 또는 시간적 단절 없이 행해진 동종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전자정보에까지 관련성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
③ 피해자 보호의 긴급한 필요성
대법원은 실익 판단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범죄 대상이 된 피해자의 인격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성격의 전자정보를 담고 있는 촬영물은 몰수의 대상이기도 하므로, 신속히 압수하여 유통 가능성을 적시에 차단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경우 압수 대상이 이미지·동영상 파일 등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특정될 수 있으므로, 무관한 사적 전자정보 전반의 압수수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④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적용
대법원은 위 법리를 이 사건에 적용하면서 관련성이 인정되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하나, 불법촬영물 소지와 아동성착취물 소지는 모두 인터넷에서 불법적인 성적 영상물을 다운로드하여 보관하는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어떤 불법 영상물을 소지하고 있는지는 하드디스크를 압수수색하기 전에는 파악하기 어렵다.
둘, 두 범행 모두 계속범으로서 범행기간이 수개월간 겹치고,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같은 하드디스크에 보관하는 범행방법도 동일하다.
성적 영상물을 탐닉하는 피고인의 성적 기호 또는 경향성의 발현에 따라 하나의 범행으로 이어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
셋, 아동성착취물은 불법촬영물 소지 혐의에 관한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과 범행 동기를 판단하는 간접증거·정황증거·보강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넷, 영장 자체에도 '압수할 물건'에 "불법촬영물 및 아동성착취물 범죄혐의와 관련된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1심·2심 vs 대법원, 핵심 차이 비교
쟁점 | 1심·2심 (무죄) | 대법원 (파기환송) |
두 범죄의 관계 | 별개의 범죄, 관련성 없음 | 성적 경향성의 발현으로 연결된 범행 |
시간적 간격 (1년 4개월) |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 부정 | 계속범으로 범행기간 겹침, 간접증거 가치 인정 |
다운로드 수단 차이 | 범행 수단 상이 → 관련성 부정 | 불법 성적 영상물 다운·보관이라는 본질 동일 |
영장의 "아동성착취물" 기재 | 실제 수사가 없었으므로 무의미 | 여죄수사 가능성 있었음을 뒷받침 |
별도 영장 미발부 | 영장주의 침해, 증거능력 부정 | 관련성 인정되므로 별도 영장 불요 |
이 판결이 실무에 시사하는 점
석원재 변호사
이번 대법원 판결은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압수수색의 관련성 범위를 실질적으로 확장한 판결입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불법촬영물 혐의로 압수한 저장매체에서 아동성착취물 등 다른 디지털 성범죄의 증거를 발견한 경우, 성적 경향성에 따른 일련의 범행으로서 관련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피의자·피고인 입장에서는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다른 범죄의 증거가 발견되더라도 위법수집증거 항변이 과거보다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성적 기호 또는 경향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동종·유사 범행 간의 관련성이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다만 대법원도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필요하다는 원칙은 유지됩니다.
결국 사안별로 범행 시기의 중첩 여부, 저장매체의 동일성, 범행 수법의 유사성, 영장 기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디지털 성범죄로 수사를 받고 계신 상황이라면,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 범위를 넘는 증거 확보가 이루어졌는지, 그 증거의 관련성이 실제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방어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범죄의 증거를 발견하면 어떻게 되나요?
원칙적으로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압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성적 경향성의 발현에 따른 일련의 범행으로 볼 수 있다면, 영장 혐의사실에 대한 간접증거·정황증거로서 관련성이 인정되어 적법한 압수가 될 수 있습니다.
Q. 관련성이 없으면 증거로 쓸 수 없는 건가요?
관련성이 부정되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그 증거를 기초로 수집한 2차적 증거(독수의 과실)도 증거능력을 잃게 됩니다. 이 사건의 1심·2심이 바로 이 논리로 무죄를 선고했었습니다.
Q. "성적 기호 또는 경향성"이란 무엇인가요?
대법원이 사용한 표현으로, 성적 영상물을 탐닉하는 개인의 성적 취향이나 경향을 의미합니다.
불법촬영물과 아동성착취물을 같은 하드디스크에 다운로드하여 보관한 행위가 이러한 경향성의 발현에 따른 일련의 범행이라면, 두 범죄 사이에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Q. 이 판결은 어떤 사건에 영향을 미치나요?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압수수색 범위에 관한 분쟁이 있는 모든 사건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하드디스크·스마트폰 등 저장매체에 여러 유형의 불법 영상물이 함께 저장되어 있는 경우, 하나의 혐의로 발부된 영장으로 다른 유형의 영상물까지 압수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 직접 적용될 수 있습니다.
판례정보: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3도11395 판결 (원심: 광주고등법원 2023. 8. 10. 선고 2022노408 판결)
관련법조: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성착취물소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4항(촬영물소지)
참조판례: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5. 2. 27. 선고 2021도8284 판결, 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도1886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