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 중 한마디, 명예훼손 아니다 — 법원 “즉흥적 발언은 처벌 불가”

법원은 “언쟁 중 감정적 발언일 뿐 허위사실 고의 없다”며 무죄를 선고
Nov 03, 2025
말다툼 중 한마디, 명예훼손 아니다 — 법원 “즉흥적 발언은 처벌 불가”

1. 마을회관에서 벌어진 말다툼

전남 영암의 한 마을회관.
태양광 발전소 설치 보상금 분배 문제로 마을 주민들이 모였습니다.
피고인 A씨는 회의 도중 이렇게 말했습니다.

“태양광 보상금 1억 원 중 노인회장 D는 400만 원,
주민 E는 300만 원 받았는데,
F이 G조합 직원한테 닦달해서 그 돈을 다시 빼서 A씨 통장으로 넣게 했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F은 “나는 내 계좌에 들어온 돈만 돌려달라고 했을 뿐,
다른 사람 몫의 돈을 빼앗아 A씨에게 보낸 적이 없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2. 추가 혐의 — “접시를 던져 깨뜨렸다?”

이 사건은 단순히 말다툼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 달 뒤인 2020년 2월 4일, 같은 장소에서 다시 다툼이 벌어졌고,
검찰은 A씨가 “접시와 소주병을 바닥에 던져 깨뜨렸다”며
재물손괴죄까지 추가해 기소했습니다.


3. 법정 공방 — “허위사실 적시였나?”

검찰은 A씨가 F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로
허위 사실을 “공연히 적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드러난 상황은 달랐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F가 먼저 A씨에게 따졌습니다.

“E 아제(아저씨)네 꺼랑 D 아제 것을 내가 가서 직원한테
‘A 아짐(아주머니) 통장으로 보내라’ 했다 했죠?”

이에 A씨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글안했으믄은 어떻게 내 통장으로 돈이 들어왔겄어?”

즉, ‘그랬기 때문에 내 통장에 돈이 들어온 것 아니냐’는 추측성 반응이었습니다.


4. 법원의 판단 — “언쟁 중 즉흥적 반응, 허위사실 고의 없어”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F과 언쟁 도중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그랬기 때문에 돈이 들어왔지 않느냐’고 즉흥적으로 말했다.
이후 자신이 근거로 삼은 내용을 바로 제시하기도 했다.”

법원은 A씨의 발언 경위·동기·상황을 종합해
그가 허위사실을 퍼뜨릴 의도나 F의 명예를 훼손할 고의가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 발언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의 구체적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5. 재물손괴 혐의도 “증거 부족”

법원은 두 번째 혐의였던 재물손괴 부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던져 깨뜨린 접시와 소주가
피고인 외의 다른 사람 소유라는 증거가 없다.”


6. 결론 — “범죄의 증명이 없다”

“언쟁 중 즉흥적 대답을 한 것만으로
명예훼손의 고의나 구체적 사실 적시를 인정하기 어렵다.”


7. 판결의 의미 — “감정적 언행과 범죄는 구별돼야”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마을 갈등 속 ‘말 한마디’가 형사재판으로 번졌지만,
법원이 감정적 언행과 명예훼손을 명확히 구분한 사례
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도17744 판결을 인용하며 강조했습니다.

“단순한 감정적 표현이나 의견 개진을
구체적 사실 적시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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