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2014년 봄, A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한 네이버 카페를 발견했습니다.
해외 여행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른바 ‘에스코트 걸 서비스’라는 문구가 포함된 게시글이 있었습니다.
운영자 C씨는 “필리핀 세부 여행 중, 현지 여성과 동행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예약을 받는 글을 올렸습니다.
A씨는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C씨에게 연락했습니다.
그는 안내를 받은 대로 한국씨티은행 계좌로 5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A씨가 ‘해외 원정 성매매’를 한 것으로 보고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의 주장: “성매매 예약 후 세부에서 3회 성관계”
검찰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은 네이버 카페 운영자 C씨를 통해
필리핀 세부의 여성 F와 성매매를 예약했습니다.
2014년 5월 11일부터 16일 사이,
세부 막탄의 한 호텔에서 F와 3회에 걸쳐 성교를 했습니다.”
검찰은 송금 내역(계약금 50만 원)과
여행 일자, 카페 게시글, C씨의 진술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피고인의 항변: “그냥 여행 갔을 뿐입니다”
A씨는 재판에서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저는 단순히 필리핀으로 여행을 다녀왔을 뿐입니다.
C씨가 소개했다는 여성과는 만난 적도 없고, 성매매를 한 사실도 없습니다.”
그는 카페를 통해 여행 정보를 얻은 것뿐이라며
“성매매 목적으로 연락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성매매 사실을 입증할 증거 부족”
서울남부지방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실제로 성매매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① 송금만으로는 성매매 입증 불가
법원은 “피고인이 5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 돈이 여행 예약금인지, 성매매 대가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계좌 송금 사실만으로는 성매매 계약을 입증하기 어렵다.
실제로 성관계가 이루어졌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② 현지 여성·알선자 진술 모두 부재
검찰은 “C씨가 알선을 했고, 여성 F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피해자(또는 성매매 여성)의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A씨와 C씨 간의 구체적인 대화 내역이나 현장 증거도 없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세부 현지에서
성매매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③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준의 증거 부족
결국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을 근거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의 여행 목적이 단순 관광인지,
성매매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성매매 행위가 있었다는 직접적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 “추정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필리핀 세부 여행 중 성매매를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며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결국 검찰이 주장한 ‘해외 원정 성매매’ 혐의는
추정과 정황에 불과했고,
법원은 이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사건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온라인 예약형 해외 성매매’로 기소된 이례적인 사례로,
법원이 “성매매 의심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형사재판의 원칙을 명확히 한 판결입니다.
즉,
“계좌 송금, 여행 일정, 추정만으로는 범죄를 단정할 수 없으며,
성매매 행위가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객관적 증거가 필요하다.”
이 판결은 이후 유사한 해외 성매매 사건에서
입증 책임의 한계를 보여주는 주요 참고 판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