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뒤 차량 내 준유사강간 혐의, 법원 “항거불능 입증 부족… 무죄”

회식 후 차량에서 스킨십·구강성교가 있었다는 고소. 법원은 CCTV·행동 정황을 근거로 “만취로 인한 항거불능·이용 고의 미입증”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Oct 16, 2025
회식 뒤 차량 내 준유사강간 혐의, 법원 “항거불능 입증 부족… 무죄”

1. 사건의 배경 — 회식 자리에서 비롯된 의심


2021년 12월, 한 게임제작 회사의 회식 자리.
대표 A와 직원 B(여성)는 같은 부서 동료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이어 2차로 이자카야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6시간 가까운 회식 동안 술이 오가며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밤 11시경 회식이 끝나자 대표 A는 직원 B를 차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 길은 단순한 ‘귀가길’이 아니었습니다.

검찰은 대표 A가 차량 안에서 만취한 피해자 B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유사성행위를 했다고 보고 준유사강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2. 사건의 전개 — 차량 안에서의 일, 그리고 ‘도망’

피고인과 피해자는 차량의 뒷좌석에 함께 탑승했습니다.
CCTV와 통신기록에 따르면 약 한 시간 동안 차량 안에서 키스, 신체 접촉, 구강성교 등의 행위가 있었습니다.


이후 피해자는 바지와 팬티를 입지 않은 채 차량에서 나와 편의점으로 달려가 “살려달라”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는 편의점 직원과 회사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대표가 만졌다, 무섭다”고 울며 호소했고,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그 직후 피고인 역시 “같이 있던 직원이 사라졌다”며 스스로 112에 신고했습니다.


3.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


피해자의 진술


“술에 너무 취해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차 안에서 정신을 차리니 대표가 입을 맞추고 있었고, 무서워서 울었습니다.
그 뒤로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구강성교를 한 것 같습니다.”

피고인의 진술


“피해자가 먼저 안아왔고, 키스를 했습니다.
그녀가 제 바지를 내리려 해 벗었고,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구강성교를 했습니다.
그 후 잠시 손가락으로 성기를 자극했을 뿐입니다.
그녀가 바지를 다시 입으려다 소변이 마렵다 해서 나가게 했고, 사라지자 제가 112에 신고했습니다.”


4. 법원의 판단 — “유죄라 보기엔 의심이 남는다”

법원은 피해자가 어느 정도 술에 취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피고인이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는지”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피해자는 회식 내내 술을 마셨지만, 중간에 편의점을 오가며 숙취해소제를 살 정도로 완전히 인사불성은 아니었다.
     

  2. 함께 있었던 직원들도 “피해자가 완전히 만취하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3. CCTV 영상에서 피해자는 스스로 걷고, 휴대폰을 조작하고, 피고인에게 팔짱을 끼는 모습까지 있었다.
     

  4. 피해자는 사건 직후에도 피고인에게 특별한 거부 행동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피고인이 패딩 지퍼를 잠가주는 장면이 포착됐다.
     

  5.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라지자 스스로 112에 신고하며 찾아다녔다. 이는 범죄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법원은 결국, 피해자가 술에 취해 판단력이 떨어졌을 수는 있지만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이를 이용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5. ‘술에 취했지만, 항거불능은 아니었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음주 상태의 동의와 항거불능의 경계선을 보여줍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만취해 판단력이 흐려졌더라도, 그 상태가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다고 보았습니다.
 

즉, 단순히 “술에 취했다”는 사실만으로 준강간이나 준유사강간이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피고인이 자신이 먼저 신고했다는 점도 ‘고의’가 없다는 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고통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의 기준은 감정이 아니라 증거’임을 다시 확인시켜줍니다.

회식 자리 이후 발생하는 ‘합의 여부’ 논란 사건들에서, 법원은 항상 자발성·항거불능·고의의 세 요소를 분리해 세밀히 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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