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
피고인은 노래주점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간음했다는 혐의(준강간)와 함께,
다른 시기에는 재물손괴·상해·특수폭행·특수상해 등 폭력 범행을 연이어 저질렀습니다.
법원은 폭력 관련 범행은 유죄로 인정했지만,
피해 여성을 준강간했다는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피고인에게 징역 8개월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사건의 흐름
(1) 사건의 발단 — “술 취한 여성을 룸으로 데려갔다”
2017년 5월 새벽 1시경,
피고인은 노래주점 종업원 N의 소개로 피해자 E를 처음 만났습니다.
피해자는 술에 취해 있었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룸으로 데려가 쇼파에 눕혔습니다.
이후 피해자는 옷이 벗겨진 상태로 발견되었고,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해 간음했다며 준강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2) 피고인의 다른 범행들
재판에는 여러 폭력사건이 병합되어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2018년 2월부터 5월 사이,
주점에서 탁자를 부수고 손님에게 욕설(재물손괴)
68세 여성 식당 주인을 폭행(상해)
식당 종업원을 알루미늄 막대로 폭행(특수폭행)
공사현장 동료를 나무파레트로 때림(특수상해)
등 5건의 폭력행위를 저질렀습니다.
(3) 준강간 혐의의 쟁점 — “피해자는 심신상실 상태였는가?”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가해자가 그 상태를 인식·이용하여 간음했음이 입증되어야 합니다(형법 제299조).
검찰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기절했고,
그 틈을 이용해 피고인이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먼저 신체 접촉을 시도했고, 상호 스킨십만 있었을 뿐 성관계는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 “진술만으로는 증명 부족”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이 낮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진술의 변화와 모순
경찰 조사에서는 “의식이 있었고 강제로 당했다”고 진술했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기절했다가 깨어보니 당하고 있었다”고 말이 바뀜.법정에서는 “삽입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가,
변호인이 DNA 불검출을 지적하자 “완전 삽입은 아니었다”고 진술 변경.
→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판단.
(2) 물적 증거의 부재
피해자의 신체 감정 결과, 피고인의 DNA가 전혀 검출되지 않음.
오히려 다른 남성의 DNA가 검출됨.
→ 객관적 증거로는 피고인의 간음행위를 입증할 수 없음.
(3) 현장 정황상 강제행위 추단 어려움
룸의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언제든 출입할 수 있는 구조였음.
피해자가 술에 취해 탬버린과 마이크를 던지는 등의 행동을 한 점을 고려할 때,
일부 상처는 그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도 있음.
→ 피고인이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결론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법원은 준강간 혐의 무죄,
다른 폭력범죄들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형을 선고했습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성폭력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가”라는
오랜 논쟁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법원은 대법원 판례(2011도16413 등)를 인용하며,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여지가 없어야 한다.”
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객관적 증거와 배치된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의심이 가더라도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성폭력 사건에서 “진술의 일관성”과 “객관적 증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일깨운 사례입니다.
물론 피해자의 기억이 혼란스럽다고 해서 사건 자체가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은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운영됩니다.
법원이 감정적 동정이 아니라 법리적 증명력에 따라 판단했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피해자 진술 중심주의”의 한계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무죄추정의 원칙을 재확인한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