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경위
2021년 5월 31일 오후 6시 13분.
부산 영도구의 한 도로에서 번호판 없는 125cc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피고인은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관 E에게 단속되었습니다.
E는 손짓으로 “도로 가장자리로 세우라”고 지시했습니다.
피고인은 처음엔 멈추는 듯 속도를 줄이며 경찰 쪽으로 붙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마음을 바꿔
왼쪽으로 핸들을 꺾고 그대로 도주를 시도합니다.
검찰은 이 순간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관 E가 팔을 뻗어 오토바이를 붙잡았고,
피고인이 속도를 높여 E의 팔을 치고 도망,
그 결과 E는 1주 진단의 상처를 입었다.
오토바이는 ‘위험한 물건’이므로
이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증거를 검토하자, 이 주장은 무너졌습니다.
2. 쟁점: 피고인이 고의로 경찰관을 친 것인가?
재판의 핵심은 단 하나였습니다.
“피고인이 경찰의 팔을 고의 또는 예견하고 친 것인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경찰)를 고의로 치거나,
최소한 부딪칠 것을 예견해야 합니다.
그래서 법원은 영상과 진술을 면밀히 들여다봤습니다.
3. 법원의 판단
법원은 CCTV와 바디캠 영상, 그리고 피해자 E의 진술을 종합하여
검찰의 공소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1) CCTV·바디캠 영상: ‘붙잡는 장면’ 자체가 없음
영상에서는 다음 사실만 확인되었습니다.
E가 정차 신호를 보냄
피고인이 속도를 줄이며 접근
E가 뒤돌아서는 순간 피고인이 갑자기 좌측으로 틀어 그대로 출발
그러나 E가 오토바이를 붙잡았다거나, 붙잡으려 팔을 뻗었다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즉, 검찰 주장과 영상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2) 경찰관 본인의 진술은 검찰 주장을 부정
피해자 E의 진술은 더 명확했습니다.
E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일관되게 다음과 같이 진술했습니다.
“돌아서는 순간 오토바이가 와서 부딪혔을 뿐,
붙잡지도 않았고 붙잡으려 하지도 않았다.”
이는 검찰이 주장한 “붙잡았는데 밀고 나갔다”라는 공소사실을
직접적으로 부정하는 핵심 증언이었습니다.
3) 고의·예견성 모두 인정 불가
법원은 다음 이유로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예견 가능성)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붙잡았다는 사실이 존재하지 않음
피해자 진술도 부합하지 않음
피고인이 도망가려는 장면은 있으나
경찰을 향해 돌진하거나 공격한 모습은 없음
따라서
“피고인이 경찰을 고의로 치고 도망갔다”는 공소사실은 증명되지 못했습니다.
4. 결론: 범죄 증명 부족 → 무죄
영상·진술 어디에서도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5. 판결의 의의
석원재 변호사
이번 판결은 다음 중요한 점을 보여줍니다.
CCTV·바디캠 등 객관적인 영상 증거는 형사재판에서 결정적이다.
공소사실과 영상이 일치하지 않으면 유죄 판결이 어렵다.경찰관 진술도 사실관계와 다를 수 있으며, 진술보다 영상이 우선한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은 고의·예견성이 핵심 요건이다.
단순 도주 중 충돌은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