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진술만으로는 부족 — 유흥주점 강간 혐의, 법원 “합리적 의심 남아 무죄”

피해자 진술이 단계마다 달라지고 현장 정황과 불일치. 법원 “객관적 증거 없이 유죄 불가… 진술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 아니다.”
Oct 17, 2025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부족 — 유흥주점 강간 혐의, 법원 “합리적 의심 남아 무죄”

사건 개요

피고인은 경기도 한 유흥주점에서 도우미로 일하던 여성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폭행·협박으로 피해자를 강간 및 유사강간했다며 기소했으나,
피고인은 “금전 지급을 전제로 한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 정황과 맞지 않는다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건의 흐름

(1) 주점에서의 만남

2018년 11월 20일 새벽, 피고인은 ‘C주점’ 2번방에서
도우미로 일하던 피해자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셨습니다.


약 10여 분 후 피해자가 방으로 들어왔고,
그날 새벽 1시경 두 사람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습니다.

이후 피해자는 “피고인이 협박하며 강제로 간음하고 항문 성교까지 했다”고 신고했습니다.

(2)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일관되게

“피해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내가 3만 원을 주자 피해자가 스스로 타이즈 속에 넣었다.
성관계는 합의하에 이뤄졌으며, 행위 후 추가로 30만 원을 건넸다.”

고 주장했습니다.

(3) 피해자의 진술 변화

피해자의 진술은 조사마다 바뀌었습니다.

  • 1차 경찰 진술: “피고인이 위협하며 억지로 삽입했다. 이후 입과 항문에도 삽입했다.”

  • 2차 경찰 진술: “피고인이 강제로 눌러 타이즈를 벗기고 간음했다.”

  • 검찰 진술: “피고인이 머리를 잡고 강제로 구강성교를 시키고, 이어 항문까지 침입했다.”

  • 법정 진술: “피고인이 내 머리를 잡고 입에 성기를 넣고, 이어 삽입했다.”

→ 핵심 경과(어떤 순서·방법으로 강제행위가 있었는가)가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 “피해자 진술 신빙성 부족, 객관증거도 없다”

(1) 진술의 불일치와 비합리성

피해자의 진술은 조사 단계마다 크게 달라졌고,
“피고인이 손으로 양손을 누른 채 타이즈를 벗겼다”는 부분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2) 현장 정황과 맞지 않음

사건 직후 주점 직원이 방에 들어갔을 때
피해자는 타이즈가 벗겨진 채로 소파에 누워 있었고,
타이즈 안에는 현금 3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 피해자는 “테이블 위에 올려둔 돈이 있었다”고 진술했고,

  • 피고인은 “피해자가 직접 타이즈 안에 돈을 넣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결국 피해자의 진술로는 이 상황이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3) 목격자 진술과도 불일치

  • 주점 직원 F: “타이즈가 찢기지 않고 고스란히 벗겨져 있었고, 그 안에 현금 3만 원이 있었다.”

  • 업주 E: “피해자가 무슨 일인지 묻자 대답하지 않고 친구 I을 불러달라고만 했다.”

→ 피해자가 즉시 “성폭행당했다”고 말하지 않았던 점도 신빙성을 약화시켰습니다.

(4) 피해자 친구 I의 진술도 모호

I은 “피해자가 울고 있었다”고만 했을 뿐,
“성폭행당했다”는 구체적 진술을 직접 들은 바 없다.
또한 피해자를 발견한 경위나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이지 않았습니다.

(5) 결론 — 합리적 의심 배제 불가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피해자 및 I의 진술은 전후 내용이 일관되지 않고, 다른 증거와 객관 정황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이 폭행·협박으로 강간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피고인에게 전부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객관 증거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 판례입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탈북 여성으로 심리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음에도,
진술이 조사마다 달라지고 현장 정황과 맞지 않는다면
이를 근거로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은
피해자가 사회적 약자라 하더라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은 유흥업소나 사적 공간에서 발생한 ‘합의와 강제의 경계’를 다룬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피해자의 진술은 중요하지만,
그 내용이 객관적 정황이나 물리적 가능성과 맞지 않는다면
법원은 이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증거로 봅니다.

결국 이 판결은

“진술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이 아니다.”
라는 원칙을 분명히 한 사례로서,
성범죄 사건의 증명 기준을 다시 한번 엄격히 세운 판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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