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배경 — 지역주택조합의 ‘2채 소유’ 논란
2018년, 구미시의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 대의원이었던 A씨는 조합장 C이 조합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조합 규정상 조합원은 한 세대당 한 채만 분양 가능했기에,
A씨는 “어떻게 두 채를 가질 수 있을까?” 의문을 품었습니다.
2018년 11월 초순, 그는 조합 직원 F이 운영하는 상가의 치킨가게를 지나다가
F과 남편 G을 만나 이렇게 물었습니다.
“조합장도 조합원인데, 어떻게 한 명 이름으로 아파트 두 채를 가질 수 있죠?
혹시 시공사 H로부터 I호를 무상으로 받은 것 아닌가요?”
이 발언이 명예훼손 사건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2. 검찰의 주장 — “허위사실을 공연히 적시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조합장 C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았습니다.
A씨의 발언이 사실이 아닌데도, 직원 F과 G이 듣는 자리에서
조합장이 시공사로부터 아파트를 부당하게 제공받은 것처럼 말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C은 시공사가 아닌
다른 조합원으로부터 정상적으로 매수한 것이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 “사실 확인 질문, 명예훼손 고의 없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1단독(김선영 판사)은
피고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사실 확인을 위한 질문에 불과”
법원은 A씨의 발언을 ‘단정적 주장’이 아닌 질문의 형태로 봤습니다.
“H로부터 I호를 무상으로 받은 것 아니냐?”
이 발언은 C의 아파트 보유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의문 제기나 사실 확인 과정이었을 뿐,
C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려는 명예훼손의 의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② “의문을 가질 만한 정황이 있었다”
당시 조합에서는 조합장 C이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C은 D아파트 J호와 I호 두 채를 소유 중이었고,
A씨가 등기부등본을 직접 확인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상태였습니다.게다가 C이 “시공사가 아파트 한 채를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기에,
A씨가 경위를 궁금해할 이유가 충분했다고 봤습니다.
③ “발언을 들은 직원도 ‘확인 차원이었다’고 증언”
조합 직원 F은 법정에서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피고인이 ‘고소인이 받았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잘 모르니까 물어본 거였습니다.”
C 자신도 F의 진술을 들은 뒤
“피고인이 ‘받았다’고 한 게 아니라,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표시한 수준이었다”고 인정했습니다.
④ “전파 가능성·공연성도 부족”
A씨의 발언은 소수(직원 F 부부)에게만 한 말이었고,
이를 외부에 전파할 의도나 구체적 전파 가능성이 없었습니다.
법원은 “이런 사적 대화가 사회적 평가를 실질적으로 저하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4. 결론 — “범죄의 증명이 없다”
“피고인이 명예훼손의 의도를 가지고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 어렵다.
단순히 의문을 제기한 것일 뿐, 사실 확인을 위한 질문이
명예훼손의 사실 적시로 평가될 수 없다.”
이에 따라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따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 요지를 공시했습니다.
5. 판결의 의미 — “의혹 제기와 비방의 경계”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의혹 제기와 명예훼손의 경계를 구분한 대표 사례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공익적 사안에서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문을 제기한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명예훼손죄는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의도와 확정적 인식이 있을 때만 성립한다.
사실 확인을 위한 질문까지 범죄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