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 알바가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국민참여재판서 전원 무죄

구직사이트 공고를 믿고 일을 시작한 청년, 보이스피싱 조직에 이용당했다 법원 “범죄 인식 없고 공모 입증도 부족… 합리적 의심 남아 무죄”
Oct 22, 2025
채권추심 알바가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국민참여재판서 전원 무죄

사건 개요

2021년 가을,
피고인 A씨는 구직사이트를 통해 ‘채권추심 보조 업무’라는 채용공고를 보았습니다.


부동산 경매 전문회사 로
업무 내용은 “고객을 직접 만나 서류를 전달하고 돈을 받는 일”이었습니다.

면접도 없이 바로 채용되었고,
A씨는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으로 근로계약서를 전달받았습니다.


그때부터 A씨는 ‘팀장’이라는 사람의 지시를 받게 되었습니다.

팀장은
“고객이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새 대출이 가능하니, 대신 받아서 입금해라.”
라고 지시했습니다.

A씨는 실제 금융기관 서류처럼 보이는 ‘채무변제확인서’를 출력해 피해자들에게 전달하고 그 자리에서 돈을 수령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현금수거책’ 활동으로 보고,
A씨를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범죄수익은닉, 주민등록법 위반 등 5가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의 주장: “보이스피싱임을 알고도 가담했다”

검찰은 A씨가 단순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현금을 인출한 공범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A씨가

  •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직접 받고,

  • 위조된 ‘저축은행 명의 서류’를 제시했으며,

  • 송금 과정에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송금한 점 등을 근거로
    고의성이 명백하다고 했습니다.


피고인의 항변: “보이스피싱인지 몰랐습니다”

A씨는 일관되게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걸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습니다.

“저는 경매회사에서 채권추심을 대신하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팀장 지시에 따라 고객을 만나 서류를 주고 돈을 받았을 뿐이에요.”

 

그는 “회사 명의로 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정상적인 업무라고 믿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금융기관 직원 행세를 한 적이 없으며, 피해자에게 실명으로 ‘A대리’라고 소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참여재판 평결: 배심원 7명 전원 ‘무죄’

이 사건은 피고인의 요청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배심원 7명 전원 일치 평결 — 전 혐의 ‘무죄’

  • 사기죄 → 무죄

  • 사문서위조 및 행사 → 무죄

  • 범죄수익은닉 → 무죄

  • 주민등록법 위반 → 무죄


법원의 판단: “고의도, 공모도 입증 안 됐다”

대구지방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전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① 피고인은 정식 채용 절차를 거쳤고, 불법 인식이 없었다

피고인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정상적인 채용 과정이라 믿었으며,
보이스피싱 조직의 실체를 알 수 없었습니다.
법원은 “면접 없이 채용된 점은 다소 의심스럽지만,
그만으로 불법을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② ‘보이스피싱 조직’과의 직접적 연락·공모 없음

피고인은 지시를 내린 AO팀장 외에
다른 조직원이나 피해자에게서 ‘금융기관 사칭’ 발언을 직접 듣지 못했습니다.
또한 텔레그램 메시지에도 보이스피싱을 암시하는 내용이 전혀 없었습니다.

③ 현장 행동이 ‘범행도구’로 보기 어려움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실명을 밝히고, 신분증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심지어 한 피해자가 의심하자
“제 얼굴을 찍어두세요”라고 말하며 마스크를 벗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라면 할 수 없는 행동”으로 봤습니다.

④ 수당 규모도 ‘범죄 이익’이라 보기 어려움

A씨가 받은 돈은 건당 20만 원 수준으로, 교통비 포함된 일당 형태였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익 분배 구조와 달라
“공범으로서 범행을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⑤ 보이스피싱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피고인이 실제로 해당 수법을 경험했거나 인지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피고인이 수행한 업무만으로
‘이것이 보이스피싱이다’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⑥ 사문서위조·주민등록법 위반 고의도 부정

A씨는 단지 조직원이 텔레그램으로 보낸 문서를 출력만 했을 뿐
직접 작성하거나 변조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주민등록번호 입력 역시 지시받은 대로 기계적으로 수행한 것이므로
‘타인의 정보를 불법 사용한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결론: “합리적 의심의 여지 있는 한, 무죄”

“피고인이 범죄를 인식하고도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모관계나 미필적 고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 선고, 배상신청도 기각했습니다.
또한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의견을 존중했습니다.


사건의 의미: ‘무지’와 ‘고의’는 다르다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이용된 피고인의 주관적 인식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법원은 단순히

  • 현금을 직접 받았다거나,

  • 위조문서를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공범’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즉, ‘행위의 외형’보다 ‘행위자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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