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대구의 한 미용실을 운영하던 남성 A씨.
겉보기에는 평범한 아버지였지만, 그 안에서는 폭력과 공포가 일상이었습니다.
A씨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두 딸 E양(당시 10세)과 G양(당시 13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잠을 재우지 않으며, 사소한 일에도 손찌검을 했습니다.
이후 2015년, 정신과 치료를 받던 큰딸 E양이
상담 중 “아버지에게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으며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검찰의 기소
검찰은 A씨에게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폭행, 재물손괴 등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딸들을 지속적으로 폭행했고,
친딸에게 여러 차례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해자에게 ‘이 사실을 말하면 죽이겠다’며 협박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법정의 공방
핵심 쟁점은 피해자 E양의 진술 신빙성이었습니다.
E양은 “아버지가 잠든 나를 만지고 속옷 안으로 손을 넣었다”고 진술했지만, 진술 시점마다 세부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또한 정신과 진단서에는 “E양이 다른 환자의 이야기를 자신이 겪은 일로 착각하는 해리성 증세가 있다”는 소견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폭행과 아동학대 혐의는 유죄, 친족 강제추행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① 폭행·아동학대 혐의: 유죄
법원은 “피고인이 밀대자루로 자녀를 때리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했다”며 이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A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및 아동학대 치료강의 4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② 친족 강제추행 혐의: 무죄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다른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 진술 외에 범행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없으며,
진술 내용도 시기·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증명되지 않았다.”
E양의 언니도 “그런 일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으며, 이 역시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계모 B씨의 학대 혐의
A씨의 아내이자 두 딸의 계모였던 B씨 역시
아이들을 폭행하고 장롱에 가둔 혐의로 함께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시기에 피해자들이 B씨와 함께 거주한 사실이 명확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가정 내 폭력과 성범죄의 증명 한계를 보여준 판례입니다.
법원은 “친족 간 성범죄는 피해자 진술 외에 증거가 부족할 수 있으나,
그 진술이 모순되거나 객관적 정황과 맞지 않으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검토가
얼마나 철저히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다시금 확인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