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대전의 한 어린이집.
2016년 늦가을, 한 보육교사와 원장이 동시에 법정에 서게 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교사 A씨는 “울고 있던 세 살 원아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튕겨 때렸다”는 이유로,
원장 B씨는 “한 살 아이를 바닥에 넘어뜨려 정신적 학대를 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드러난 사건의 실체는 검찰의 주장과는 달랐습니다.
검찰의 주장
검찰은 두 사람이 각기 다른 날, 어린이집 내에서 아동에게 폭력과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교사 A씨: "3세 아동이 다른 아이를 물었다는 이유로 입술을 손가락으로 때려 정서적 학대를 했다."
원장 B씨: "1세 아동이 다른 아이를 물자, 그 아이의 손을 잡아 가해 아동을 밀어 넘어뜨리게 했다."
검찰은 이러한 행위가 “아이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정서적 학대”라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들의 항변
A씨는 “당시 아이들이 서로 물고 무는 상황이어서, 단호하게 제지했을 뿐 딱밤을 때리지는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원장 B씨는 “물린 아이에게 ‘이렇게 방어해야 한다’는 교육의 일환으로 손을 잡아 가볍게 밀었을 뿐, 일부러 넘어뜨리거나 학대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두 사람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① 교사 A씨 — ‘딱밤’ 사실 인정 어려워
법원은 A씨의 행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사건 당시를 목격한 동료교사의 진술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서로 달랐고, 기억이 혼재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피해 아동의 입술이 빨갛게 변했다는 진술도 있었지만, 아이가 스스로 입술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CCTV 영상 등 객관적 증거도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A씨가 아동의 정신건강이나 발달을 저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② 원장 B씨 — ‘방어 교육’으로 판단
법원은 B씨의 행위도 학대가 아닌 훈육 목적의 행동으로 봤습니다.
당시 피해 아동은 반복적으로 다른 아이를 무는 행동을 했고, 원장은 “물리면 이렇게 막아야 한다”며 시범을 보인 상황이었습니다.
원장이 잡은 손이 아이의 몸에 닿아 넘어졌지만, 힘이 세거나 의도적인 폭력은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 아동은 잠시 울었지만, 이후 정서적 변화나 불안 증세는 전혀 없었습니다.
“피고인의 행동이 다소 부적절했을 수는 있어도,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정도로 위험한 행위로 보긴 어렵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법원은 “훈육과 학대는 명백히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일시적이고 가벼운 신체 접촉이 곧바로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는 없으며,
그 행위가 아동의 정신적·정서적 발달에 구체적 위험을 초래했는지가 핵심 기준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또한 이 판결은 감정이 아닌 증거 중심의 판단 원칙을 강조한 사례로,
교육 현장에서의 교사·원장의 행동이 ‘학대’로 오인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중요한 선례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