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이의 술자리, 그리고 두 번의 논란
대학교 동문 다섯 명이 오랜만에 만나 술을 마셨습니다.
한 명은 오피스텔을 빌렸고, 그곳에서 늦은 밤까지 술자리가 이어졌죠.
그날 밤 이후, 여성 참석자는 피고인을 ‘잠든 사이 신체를 만졌다’며 고소했습니다.
문제는 이 모임이 두 번 있었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는 2019년 12월 9일, 두 번째는 같은 달 27일.
피해자는 두 번 모두 피고인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은 일관되게 부인했습니다.
“그날 술에 취해서 바로 잠들었습니다. 무의식 중의 일이라면 몰라도, 고의로 만진 적은 없습니다.”
첫 번째 사건 — ‘잠버릇’으로 인한 접촉인가
첫 번째 사건은 호텔 방 안에서 벌어졌습니다.
피해자, 피고인, 또 다른 친구 C가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었고,
다른 친구 D가 옆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허리를 두 차례 감아 안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이 이미 잠든 상태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주변에 다른 친구들이 있어 대담한 추행으로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에게는 팔이나 다리를 옆 사람에게 올리는 잠버릇이 있었다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또한 사건 이후 피해자는 피고인과 일상적인 연락을 이어갔고,
며칠 뒤 다시 같은 자리에서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이런 정황을 보면,
피해자가 처음에는 해당 접촉을 ‘추행’으로 인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법원은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첫 번째 사건은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두 번째 사건 — ‘의식적인 행동’으로 본 이유
하지만 두 번째 사건은 달랐습니다.
같은 친구 모임에서 다시 술을 마시고 잠들었을 때,
이번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과 허리, 얼굴, 손을 만졌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피해자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진술했습니다.
“갑자기 내 얼굴을 손으로 두 번 쓰다듬었어요.
그리고 내 손이 어디 있는지 더듬더니 깍지를 꼈어요.”
법원은 이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실제 경험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얼굴을 쓰다듬고 손깍지를 끼는 행위는 무의식적인 잠버릇으로 일어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즉, 피고인이 의식적으로 행위를 했다는 고의가 인정된 것입니다.
판결 — 한 사건은 무죄, 한 사건은 유죄
법원은 두 사건을 나누어 판단했습니다.
2019.12.9. 사건 → 무죄
: 의식 없이 잠든 상태에서의 접촉 가능성,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부족.
2019.12.28. 사건 → 유죄(강제추행)
: 구체적 신체 부위 접촉, 의식적 행동, 일관된 진술로 인정.
이에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 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이 선고되었습니다.
법원이 본 ‘의도’의 경계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무의식적 신체 접촉’과 ‘고의적 추행’의 경계선을 보여줍니다.
같은 사람, 비슷한 상황이라도
행동의 의도와 구체성이 다르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단순히 술에 취해 닿았다는 주장만으로는 면책되지 않으며,
행위에 의식·판단·의도가 개입된 순간, ‘추행’으로 봅니다.
이 사건은 강제추행 사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쟁점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즉, “잠결의 신체 접촉이냐, 의도된 행위냐.”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
행동의 구체성과 반복성, 맥락의 합리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이런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말보다 그날의 정황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
메시지, 대화, 행동 패턴 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