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2020년 여름, 대구 한 가정집.
한 어머니가 4살 난 딸을 목욕시킨 뒤 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엉덩이를 한 차례 손바닥으로 때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짧은 순간의 행동은 3년 후 법정으로 이어졌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아이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반면 피고인은 “단지 감기에 걸릴까 걱정돼 가볍게 엉덩이를 친 것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검찰의 주장
검찰은 피고인이 훈육의 범위를 넘어선 폭력을 행사했다고 봤습니다.
4세 아동에게 신체적 접촉을 가한 행위는
그 강도와 상관없이 정신적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피해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행위”로서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의 개념과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정서적 학대는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발달을 해칠 정도의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의미한다.
행위자와 피해 아동의 관계, 행위의 정도, 아동의 반응, 행위가 반복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 2017도5769, 2015도13488 참조)
그 후 재판부는 사건의 여러 정황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① 폭행의 사실관계 자체가 불분명
피고인은 “감기에 걸릴까 걱정돼 옷을 빨리 입히려다 가볍게 손으로 엉덩이를 쳤을 뿐”이라고 진술했습니다.
피해아동은 조사에서 “엄마가 어깨를 때렸다”고만 말했을 뿐, 엉덩이를 맞았다는 진술은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해 아동의 부(父)가 제출한 사진도 단순 발진으로 보일 뿐, 피고인의 폭력으로 인한 상처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433†source】.
② ‘훈육’의 일환으로 볼 여지 충분
법원은 “설령 피고인이 가볍게 손으로 엉덩이를 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이는 훈육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행위 당시 어머니가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폭언을 하거나 반복적으로 폭행한 정황이 없었으며,
그로 인해 아이의 정서 발달이 저해될 위험성을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③ 고소 동기의 신빙성에도 의문
더 결정적인 것은 고소의 경위였습니다.
아동의 아버지 D씨는 2020년 이혼 후 2년이 지난 2022년 9월, 피고인을 아동학대로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그 직전 D씨는 피고인에게 재결합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며칠 뒤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아동학대로 고소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점을 들어 “보복성 고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④ 피해아동 진술의 신빙성 부족
피해아동은 사건 당시 만 1세에 불과했고,
2년 뒤 만 3세가 되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진술이 매우 불명확했습니다.
조사 중에는 진술조력인이 아버지와 상의하게 하는 등 조사 절차가 적절하지 않았고,
아동이 부의 감정적 영향 아래에서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판결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의 행위는 훈육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으며, 보복성 고소의 가능성도 있다.”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사건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훈육’과 ‘학대’의 경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아동학대 판단에 있어 감정이 아닌 객관적 증거와 상황의 맥락을 중시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특히, 부모의 양육 과정에서 이루어진 일회성 신체 접촉이 곧바로 학대가 될 수 없으며,
그 행위의 목적·정도·정서적 결과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