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사기·사문서위조는 유죄, 건축자재 횡령은 무죄

철근 납품 계약서를 위조해 사기죄로 유죄를 받은 남자. 하지만 건축자재 횡령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Oct 29, 2025
철근 사기·사문서위조는 유죄, 건축자재 횡령은 무죄

1. 철근 납품 사기의 시작

2011년 겨울, 인천의 한 식당.
피고인 A씨는 건축업에 종사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피해자 H를 만났습니다.
그는 자신이 “철근 200톤을 매입해 확보해 두었다”고 말하며
철근 80톤을 6,400만 원에 납품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증거로 내민 것은 출고확인서였습니다.
그 서류에는 “주식회사 C, 출고일 2011년 12월 23일, 도착지 가평”이라고 적혀 있었죠.
하지만 그 문서는 A씨가 과거 거래에서 받았던 문서를 복사해 컴퓨터로 내용을 바꾼 위조 문서였습니다.

H는 A씨의 말을 믿고 계약금 50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철근은 끝내 납품되지 않았습니다.
H는 뒤늦게 문서가 위조된 사실을 알아차리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2. 법원, “사문서위조와 사기는 명백”

법원은 A씨가 고의로 문서를 위조하고, 이를 사용해 H를 속였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은 행사할 목적으로 주식회사 C 명의의 출고확인서를 위조하고,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기망하여 계약금을 편취하였다.”

이에 따라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사기죄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A씨는 징역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의 범행은 “동종 전과가 많고, 누범 기간 중에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중하게 평가됐습니다.


3. 두 번째 혐의 — ‘건축자재 횡령’ 논란

한편, A씨에게는 또 다른 혐의가 있었습니다.
2008년 11월, 그는 건설자재 임대업체 M에서
유로폼, 거푸집 등 건축가설자재 3,440개(시가 약 2,949만 원 상당)를 빌려
여주시 다세대 신축현장에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2009년 2월,
A씨가 공사비를 빌려준 지인 O에게 “이제 공사를 포기한다”며 현장을 넘겨준 뒤,
그 자재들을 O에게 팔아넘겼다는 혐의가 제기된 것이었습니다.
검찰은 이를 ‘보관 중인 임차물의 무단 처분’, 즉 횡령죄로 기소했습니다.


4. “정말 팔았나?” — 법정에서 엇갈린 진술들

하지만 이 부분은 복잡했습니다.
자재를 넘겨받았다는 O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2010년 경찰 조사 때는 “1,500만 원으로 정하고 일부 상계했다”고 말했다가,

  • 2015년에는 “3,000만 원을 주고 인수했다”고 진술을 바꿨습니다.

  • 계약서에 적힌 금액(1,500만 원)과 O가 주장한 금액(3,000만 원)도 달랐습니다.

게다가 매매계약서에는 A씨의 도장만 찍혀 있고 서명은 없었습니다.
O는 “A씨가 급히 가느라 서명을 못 받았다”고 했지만,
법원은 “1,000만 원을 현금으로 건네는 거래에서 서명을 생략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O가 돈을 빌렸다는 제3자 P의 진술 역시 구체성이 떨어졌습니다.
P는 “1,000만 원을 빌려줬다”고 했지만,
언제, 어떤 서류로 거래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못했습니다.


5. 법원의 결론 — “횡령죄는 증거 불충분”

결국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건축가설자재를 O에게 매도하고 1,300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 피해자 M의 자재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음

  • 매매대금 및 계약 내용이 진술마다 다름

  • 자재 매매계약서의 작성 경위 불분명

  • 금전 거래 관련 증거(차용증 등) 없음

이런 점들을 종합할 때, A씨가 실제로 자재를 팔아 이득을 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6. 최종 판결 — 일부 유죄, 일부 무죄

재판부는 사기·사문서위조 등 주요 범행에 대해
징역 4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건축자재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되었고,
그 무죄 부분의 요지가 공개되었습니다.


7.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임차 물건을 반환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횡령이 되는가’라는 논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법원은 단순히 물건이 반환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형사상 횡령을 인정할 수 없으며,
‘소유권·대금거래·고의’가 명확히 입증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면,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

결국, 사기 범행은 처벌받았지만,
횡령 부분은 ‘증거의 불명확성’ 앞에서 무죄로 돌아갔습니다.


 

Sha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