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감정적 발언이 명예훼손 방조로 처벌될 수 있을까

명예훼손 방조 무죄 판결 — 법원 “가족 동행·112신고만으로 처벌 못해”
Nov 03, 2025
가족 간 감정적 발언이 명예훼손 방조로 처벌될 수 있을까

1. 사건의 시작 — “그날, 공장 앞 소란”

2019년 9월
용인시의 한 플라스틱 제조공장 마당에서 격한 말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그곳에는 시아버지 C, 전 며느리 A, 그리고 A의 어머니 B가 서 있었습니다.

B는 분노에 차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당신이 우리 딸을 범하지 않았느냐!
니가 못살고 나간 이유를 말해라!”

공장 안팎에는 직원들과 마을 이장, 택시기사 등 여러 사람이 있었고,
이 소란은 순식간에 공장 주변으로 퍼져나갔습니다.


2. 공소사실 — “허위 강간 주장, 명예훼손 방조”

검찰은 이 사건을 이렇게 보았습니다.

  • A는 2013년 남편 D와 이혼한 뒤,
    “시아버지에게 강간당했다”는 거짓말을 어머니 B에게 했습니다.

  • 그 후 A와 B는 피해자 C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당하자 공장까지 찾아가 항의했습니다.

  • 결국 B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허위 사실을 외치며 소란을 피웠고,
    A는 “그 현장에 함께 가서 112에 신고해 경찰을 불러들였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방조죄로 기소되었습니다.


3. 검찰의 주장 — “112 신고는 사람을 모이게 한 방조행위”

검찰은 A가 단순한 동행인이 아니라
모친의 명예훼손을 돕는 역할을 했다고 봤습니다.

“피고인은 B가 소리를 지를 것을 알고도 공장에 동행했고,
경찰을 불러 사람을 더 모이게 함으로써
허위사실 유포를 용이하게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항소심에서 죄명을
‘명예훼손’에서 ‘명예훼손방조’로 변경했습니다.


4. 법원의 판단 — “단순 동행·신고로는 방조 고의 인정 어려워”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① 공장 방문의 목적은 ‘대화와 합의’

  • B는 법정에서 “안사돈(피해자의 배우자)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갔다”고 진술했고,
    A 역시 “집을 나온 경위를 설명하려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 두 사람은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소란을 피운 것이 아니라
    주방에서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다 언쟁이 커졌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피고인이 당시 B가 명예훼손을 할 것을 미리 인식하거나
예견했다고 보기 어렵다.”

② 112 신고는 오히려 ‘충돌 회피’ 목적

  • 피해자가 “그런 소리 할 거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말하자
    A가 먼저 112에 신고했습니다.

  • 실제 112신고처리표에는
    “어떤 남자와 다툼이 있다”는 문구만 있고,
    성폭력 관련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피고인이 사람을 모이게 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모친의 발언은 ‘우발적’이었다

  • B는 감정이 격해져 언쟁 도중
    우발적으로 명예훼손성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 피고인이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방조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5. 법원의 결론

“피고인이 공장에 동행하거나 112에 신고한 사실만으로는
모친의 명예훼손 행위를 용이하게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그와 같은 인식이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


6. 판결의 의미 — “가족의 감정적 언행, 법이 대신 죄를 묻지는 않는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감정적인 가족 갈등 속에서의 언행을 형사처벌로 확장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다룬 사례입니다.

법원은 “모친의 우발적 발언을 딸이 미리 예견하거나 도운 정황이 없다면
방조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심이 간다 해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증거가 없다면 무죄 —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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