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남성의 발길질? 법원은 왜 무죄라고 판단했을까

공무집행방해 무죄 판결 분석
Nov 20, 2025
술 취한 남성의 발길질? 법원은 왜 무죄라고 판단했을까

1. 사건 경위

2020년 10월 7일 저녁 6시 40분경.
과천시 공영주차장에서 술에 취한 피고인 A씨와 동료 한 명이 있었습니다.
동료는 이미 인도와 주차장 사이에 넘어져 누워 있을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귀가 조치와 안전 확보를 위해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경찰 순경 C는 피고인이 노상방뇨를 하려는 것처럼 보이자 이를 제지했습니다.

그러자 피고인은 경찰을 향해 욕설을 했습니다.

“개새끼야, 다 불러와! 검찰까지 불러!”

검찰은 이 과정에서 피고인이

  • 성기를 꺼내 보이며,

  • 경찰관의 배를 발로 1회 찼다

고 주장하며 공무집행방해로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검찰의 주장과 다르게 전개되었습니다.


2. 쟁점: 발길질은 ‘고의’였는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단 하나였습니다.

“피고인이 경찰관을 고의로 발로 찬 것인가?”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경찰을 ‘고의로’ 폭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판결문에 등장한 영상, 진술, 현장 상황을 종합하면
고의라고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드러났습니다.


3. 법원의 판단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바디캠 영상, 경찰관 진술, 주변 정황을 종합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1) 피고인은 ‘지속적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다

첫 번째 바디캠 영상에는
피고인이 경찰에게 욕설을 한 사실은 있었지만,

  • 동료가 “내가 쌌잖아”라고 말하자 금세 “그래, 벌금 끊고 가자”고 말하며

  • 태도가 누그러지고 수용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즉,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은 없었습니다.

2) 두 번째 영상: 오히려 경찰관이 크게 언성을 높임

두 번째 바디캠 영상에서는 경찰관 D가 피고인을 향해
“진짜 이러면 힘으로 한다!”
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말과 상황 때문에 피고인도 감정이 격해졌고,
서로 언성이 높아지던 와중에
경찰관이 피고인을 잡으려다 함께 넘어지는 장면이 포착됩니다.

즉, 발길질을 한 상황 자체가
몸싸움이 뒤엉킨 ‘혼란스러운 순간’이었고
고의적 공격으로 보기 어려운 맥락이 형성되었습니다.

3) 피해 경찰관의 진술이 결정적

증인으로 나온 경찰관 C는 법정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했습니다.

“피고인의 발이 제 배에 닿았지만, 일부러 찬 것 같진 않고
버둥거리는 과정에서 우연히 닿은 것 같습니다.”

이 진술은 검찰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었고,
법원은 이를 신빙성 있는 진술로 인정했습니다.

4) 전체 상황을 종합하면 ‘고의로 찬 것’으로 보기 어려움

피고인은 만취 상태였고,
현장은 이미 피고인과 동료의 귀가 조치를 위해 경찰이 개입한 상황이었습니다.

동료는 인도에 쓰러져 있었고,
피고인은 술에 취해 언행이 거칠었지만
공격적인 의도나 경찰을 해할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검찰은 피고인이 경찰관을 고의로 찼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하지 못했다”
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4. 판결의 의의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기준을 확인해 줍니다.

  • 공무집행방해죄는 ‘고의적 폭행’이 명확히 증명되어야 한다.
    우발적·비의도적 접촉은 폭행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 바디캠 영상은 판단의 핵심 자료로 사용된다.
    영상 속 맥락·경찰의 언행·상호작용이 모두 고려된다.

  • 피해 경찰관의 진술이 ‘고의성을 부정’하는 경우,
    공소사실은 쉽게 입증되지 않는다.

  • 술에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의가 추정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인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원칙이 다시 한 번 확인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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