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경위
2020년 5월 30일 오전 6시 30분경.
피고인의 아내는 “남편이 술을 마시고 운전하려 한다”며 112에 신고했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길가에서 피고인의 차량을 발견했고,
음주감지를 시도한 결과 불응·도망 의심 반응을 보이자
현행범 체포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선천적 농아자(청각장애인)로, 말도 듣지도 못하고
전문적인 문장·단어 이해 능력도 부족했습니다.
경찰은 이러한 사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피의사실 고지
체포 이유 고지
변호인 조력권 고지
를 하지 않은 상태로 바로 제압·수갑 채우기·체포에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몸싸움을 하며
경찰관의 얼굴을 치고, 발로 가슴을 차는 행동을 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음주운전 + 공무집행방해 + 상해 3가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2. 쟁점: 체포는 적법했는가?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려면 경찰의 직무가 적법한 직무집행이어야 합니다.
또한 음주운전 단속과 현행범 체포는
반드시 미란다 원칙(변호인 조력권, 체포 이유, 피의사실 고지)을
사전에 알려야 합니다.
특히 피의자가 장애인인 경우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안내해야 한다”는 판례 원칙이 확립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찰은 과연 이 의무를 지켰을까요?
3.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 사항들을 근거로
체포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1) 경찰은 피고인이 청각장애인임을 ‘처음에는’ 전혀 몰랐다
경찰은 피고인이 음주감지기에 반응하는 모습만 보고
장애 여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체포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전문적인 문장 이해 능력이 부족하고
농식 수화만 가능한 상태였으며
법정에서도 2중 통역을 거쳐야만 의사소통이 가능했습니다.
즉, 구두 고지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태였고 경찰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2) 체포 시점에 미란다 고지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체포 당시 경찰은
“음주운전으로 체포합니다”
라는 말 외에는
범죄사실, 체포 이유, 변호인 조력권 등을 전혀 고지하지 않았습니다.
체포 직후에도 같은 절차는 지켜지지 않았으며
몇 분 뒤 파출소에서 필담으로 고지를 했으나
피고인은 문장 이해가 어려워 내용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즉, 체포 단계에서의 고지 의무는 사실상 이행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3) 체포의 ‘필요성’도 명확하지 않았다
경찰은 피고인을 제압하면서
곧바로 수갑을 채운 뒤 끌고 갔지만,
피고인은 처음에 도망하려는 행동이었는지
아니면 수화로 의사를 표현하려는 행동이었는지
정확한 판단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경찰관 F는 “사건화할 생각이 없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해
초기 상황에서 반드시 체포가 필요했다고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4) 그렇다면 피고인의 폭행은?
체포가 적법하지 않았다면,
그 체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저항은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로 평가됩니다.
따라서
경찰관의 얼굴을 친 행위
발길질
상해 발생
모두 공무집행방해나 상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5) 음주운전은?
음주측정 결과는 ‘위법한 체포 상황에서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므로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혈중알코올농도 0.108%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사실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4. 판결의 의의
석원재 변호사
이번 판결은 세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장애인의 체포·수사 과정에서 “이해 가능한 방식의 고지”가 필수적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둘째, 고지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현행범 체포는 위법한 체포이며
그에 대한 저항은 공무집행방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셋째, 위법하게 수집된 음주측정 결과는
증거능력이 없으며, 형사재판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한 판결입니다.
결론적으로,
형사절차에서 핵심은 “절차의 적법성”이며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 어떤 범죄도 쉽게 인정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