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년 동안 법인카드로 66번 결제”… 누가 봐도 배임 아닌가?
피고인 A씨는 아파트 건설 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D사의 실질적 대표였습니다.
그런데 2년 동안 총 66회, 약 600만 원어치를 법인카드로 개인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검찰은 당연히 ‘업무상배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회사 돈을 개인 용도로 쓴 것, 명백한 배임이다.”
하지만 피고인 A씨의 주장은 달랐습니다.
“이건 회사를 통해 받는 보수(급여)다.
주주총회에서 그렇게 결의했고, 그 범위 내에서 사용했을 뿐이다.”
이 주장이 진짜 받아들여질까?
결론은 무죄였습니다.
2. 핵심 쟁점 — ‘법인카드 사용’이 아니라 ‘보수 지급 방식’이다
사건의 본질은 법인카드 개인 사용이 아니라,
그 사용이 ‘보수(급여) 지급 방식’으로 허용된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
① 주주총회에서 이미 보수 지급 방식을 결의
2015년 11월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결의되었습니다.
D사는 모기업(L사)로부터 매월 2,000만 원의 운영경비를 수령
그 돈으로 직원 급여·세금 등 운영비를 지출
남는 금액을 피고인과 직원 H에게 급여로 지급하기로 함
즉, 남는 금액 = 피고인의 보수로 쓰여도 된다는 합의가 있었습니다.
② 실제 월 600~700만 원 수준으로 지급
피고인의 개인적 법인카드 사용액을 합산해도
월평균 약 30만 원 정도로
전체 보수 범위(월 600~700만 원) 내에 포함되는 수준이었습니다.
③ 운영경비의 성격상 ‘보수 지급 방식의 탄력성’이 존재
L사가 D사에 지급한 월 2,000만 원은
특정 용도가 정해진 게 아니라 포괄적 운영경비였고,
회사는 그 안에서 급여를 지출하며 운영되었습니다.
따라서 남는 금액을 법인카드로 사용했다고 해서
‘업무상 목적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습니다.
3. 대법원 판례와 무엇이 달랐나?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계속적으로 사용하면 배임”이라는 입장을 취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이 문제 삼는 것은
‘업무용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카드’를 ‘개인 이익을 위해 무단 사용한 경우’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법인카드 사용 = 보수 지급 방식
회사 내부의 합의와 결의가 존재
지급 범위도 합리적
즉, 사전에 허용된 급여 방식의 실행이라는 점에서
대법원이 문제 삼은 유형과는 다르다고 본 것입니다.
4. 법원이 본 결론 — “업무상 배임의 고의가 없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주주총회 결의에 따른 보수 지급이었다
운영경비의 사용 구조상 급여 지급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피고인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려는 고의나 불법영득 의사가 없다
금액도 크지 않고, 보수 범위 안에 포함된다
운영 방식 자체에 비정상성이 없다
따라서 범죄의 증명이 없다 → 무죄.
5.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1. ‘법인카드 = 무조건 배임’이 아니다
법인카드 개인 사용은 대부분 배임으로 이어지지만,
이 사건처럼 내부 결의에 따른 급여 지급 방식이라면 예외적으로 무죄가 가능합니다.
핵심은
보수 지급에 관한 적법한 주주총회 결의
실제 지급 구조에서 그 보수 범위 내인지
회사 운영 경비의 구조 입니다.
2. 회사 운영 실무에 중요한 시사점
중소기업·SPC 운영에서는 급여 지급 방식이 유연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판결은 “급여로 보기 어려운 경우”와 “급여로 인정되는 경우”의 경계를 명확히 했습니다.
3. 배임 판단은 ‘금액 크기’가 아니라 ‘고의·구조·절차’
단순히 “법인카드 썼다”만으로는 배임이 성립되지 않고,
그 사용이 정당한 지급 범위인지,
내부 절차가 있었는지, 고의가 있는지가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