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 ‘형부와 처제’의 관계에서 시작된 고소
이 사건은 형부(피고인) 와 처제(피해자) 사이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피해자는 2010년 뇌동맥류 파열로 수술을 받고, 이후 뇌병변장애와 인지장애를 겪고 있던 여성입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2015년경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여러 차례 강간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거동이 불편하고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장애인강간’ 및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피고인은 “돈을 주고 합의 하에 한 번 성관계를 가졌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 — 시간과 장소가 뒤섞인 이야기
검찰이 의존한 핵심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술은 처음부터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처음엔 “수술 후 2~3개월쯤 지난 때 D에서 강간을 당했다”고 했다가, 이후 “G에서 당했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법정에서는 다시 “D가 아니라 G였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주민등록기록상 피해자는 2015년 9월에야 D로 이사했고, 수술은 2010년에 받았습니다.
즉, “퇴원 후 2~3개월 뒤”라는 시점은 D나 G 어느 쪽과도 맞지 않았습니다.
또한 두 번째, 세 번째 피해 진술도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피고인이 집에 미리 들어와 기다렸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밖에서 쫓아 들어왔다”고 말을 바꾸었고, 세 번째 사건에 대해서는 “당했다”고 했다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진술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진술을 두고 “시기와 장소, 경위가 불분명하고 내용이 모순된다”고 보았습니다.
인지장애와 진술 신빙성
피해자는 뇌수술 이후 중증도의 인지장애를 겪고 있었고, 장애인복지법상 뇌병변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2011년 검사 결과일 뿐, 현재 상태를 단정할 수 없고, 증언 당시엔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할 정도의 사고능력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진술의 불일치가 단순히 기억력 문제 때문만은 아니며, 신빙성 자체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돈이 오간 관계 — ‘합의냐 강제냐’의 경계
법정에서 피해자는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피고인이 돈을 준다고 해서 성관계를 했다. 하지만 끝나고 나면 돈을 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돈을 받기 위해 성관계를 했다.”
이는 검찰이 주장한 ‘강간’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었습니다.
피해자가 금전 문제를 이유로 뒤늦게 고소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실제로 피해자는 수사관에게
“합의가 안 되면 구속시켜 달라, 합의금 300만 원만 받게 해 달라”고 말했고,
법정에서도 “돈이 너무 필요해 합의금을 받고 싶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피해자의 언니들도 “피해자가 평소 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모든 정황은 ‘강제적 성관계’보다는 경제적 거래관계에 가까웠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 “유죄로 보기엔 의심이 남는다”
법원은 형사재판의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유죄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때만 인정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시기, 장소, 내용 모두 일관되지 않았다.
객관적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지 않았다.
금전적 동기 등 허위 진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결국, 피고인이 강제로 피해자를 성폭행했다는 점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보호와 증명의 경계선”
이 판결은 성폭력 사건에서 ‘장애인 피해자’의 진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법적 고민을 보여줍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형사재판의 핵심은 ‘증명’이라는 원칙을 유지했습니다.
감정적으로는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법적으로는 모든 의심은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우선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지만, 그 보호가 ‘증거 없는 처벌’로 이어질 수는 없다”
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