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경찰의 문짝 잡기… 차량이 5m 움직인 경우에도 무죄가 되는 이유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특수상해 무죄 판결 분석
Nov 20, 2025
단속 경찰의 문짝 잡기… 차량이 5m 움직인 경우에도 무죄가 되는 이유

1. 사건 경위

2016년 12월 20일 오후 2시 18분.
피고인 A씨는 차량을 몰다 안전띠 미착용으로 경찰 단속에 적발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좀 봐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으나
결국 경찰관 I 경위는 범칙금 납부통고서를 발부했습니다.

분이 난 피고인은 “야 이 씨발놈아, 니 마음대로 해라!”
라고 욕설을 한 뒤 차량을 출발하려 했습니다.

이때 경찰관은 피고인의 운전석 문짝을 잡고 출발을 막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그대로 차량을 움직였고,
옆에 붙어 있던 경찰관의 오른쪽 발등이 바퀴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경찰관은 4주 진단의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차로 경찰을 친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 법적 판단은 전혀 달랐습니다.


2. 쟁점: 경찰의 제지가 ‘적법한 공무집행’인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방해한 경찰관의 직무가 적법한 공무집행이어야 합니다.

즉,
경찰관이 법에 따른 올바른 직무범위 내에서 행동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단속 경찰관이 이미 범칙금 통고서를 발부한 뒤

피고인의 차량 출발을 제지한 행위는 적법한가?”

법원은 NO라고 판단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양한 근거를 종합하여
경찰의 제지가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다고 보았습니다.

1) 범칙금 통고서 발부 → 단속은 이미 종료됨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안전띠 미착용 단속 절차는 통고서 발부 시점에서 끝납니다.

즉, 경찰관이 통고서를 발부한 순간
그 단속 업무는 종료된 것이고,
그 이후에는 “계속 제지해야 할 직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 단속이 끝난 후 피고인을 붙잡고 출발을 막는 것은 직무범위를 넘은 행위

2) “납부절차 설명 의무”는 경찰 내부지침일 뿐

검찰은 “경찰관이 범칙금 납부절차를 설명할 의무가 있었으므로 단속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 해당 지침은 경찰 내부지침으로 국민을 구속하지 않으며

  • 경찰관 I 본인도 “필수 의무는 아니다”라고 법정에서 진술

하여 법원은 이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3) 욕설이 있었다고 해서 제지할 법적 근거가 생기지 않음

피고인의 욕설이 불쾌한 것은 사실이지만,
욕설만으로 단속 연장이나 제지의 법적 근거가 생기지 않습니다.

법원은
“욕설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을 붙잡아 둘 정당한 권한은 없다”
고 판단했습니다.

4) 경찰관은 오히려 직무권한을 남용한 측면도 있음

도로교통법 제166조는
“교통단속 공무원은 직무권한을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단속이 끝났음에도 운전자를 물리적으로 제지하려 한 것은
오히려 직무권한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4. 특수상해 혐의는 왜 무죄인가?

특수상해(또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가 인정되려면
피고인이 일부러 경찰관을 다치게 할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다음 사실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상해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 피고인은 욕설 후 곧바로 차를 출발했지만
    피해자를 향해 돌진하거나 공격적 움직임은 없었음

  • 차량 이동 거리는 5m에 불과

  • 경찰관은 검찰·법정에서 일관되게
    “피고인이 일부러 밟으려 한 것 같지는 않다”고 진술

  • 오히려 경찰관이 문짝을 잡고 버티다가
    자신의 발이 바퀴 쪽으로 들어간 것 같다고 말함

즉, 피고인의 행동은 “의도적 공격”이 아니라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고에 가까웠습니다.


5. 판결의 의의

석원재 변호사

이번 판결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 공무원의 직무는 ‘적법한 범위’를 벗어나면 보호받지 않는다.
    단속이 끝났다면 더 이상 강제로 운전자를 제지할 수 없다.

  • 욕설·감정적 대응이 있었다고 해서 공무집행이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법적 근거 없이 운전자를 붙잡는 것은 불법이다.

  • 고의가 없는 우발적 사고는 형사상 ‘상해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행동은 공무집행방해나 고의적 상해로 보기 어렵다.

이 판결은
“형사처벌은 절차적·법적 요건이 갖춰질 때만 가능하다”는
형사사법의 핵심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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