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
피고인은 피해자 B와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사이였습니다.
함께 술을 마신 뒤 모텔에서 잠을 잤는데,
피해자는 이후 “잠든 사이 피고인이 내 몸을 만지고 성관계를 했다”며
준강제추행 및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불명확하고 객관적 증거도 부족하다”며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건의 흐름
(1) 채팅앱으로 시작된 인연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7년 말 채팅앱으로 처음 알게 됐고,
한동안 연락을 끊었다가 2018년 4월 다시 연락이 닿았습니다.
며칠 후 둘은 서울에서 만나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2) “막차를 놓쳐서 모텔에 들어갔다”
2018년 5월 20일 새벽,
피해자가 막차를 놓치자 피고인은 “방 잡고 쉬었다 가자”고 제안했고,
둘은 근처 모텔로 들어갔습니다.
맥주를 조금 더 마신 뒤 피해자는 침대에 누워 잠들었고,
피고인도 옆에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피해자는 “자다 깼을 때 피고인이 배와 가슴을 만졌다”고 주장했지만,
그날 이후 피고인에게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카카오톡으로 “너 그때 내 배는 왜 만졌냐”는 메시지를 보냈고,
피고인은 “안고 자는 버릇이 있어서 미안하다”고 답했습니다.
(3) 며칠 후 또 만남, 또 모텔
5월 26일, 피해자는 피고인에게서 귀걸이를 돌려받기 위해 다시 만났습니다.
둘은 맥주를 마셨고, 피해자는 구토를 반복하다 모텔로 향했습니다.
피해자는 이후 “잠든 사이 피고인이 내 옷을 벗기고 간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토사물이 묻은 옷을 닦아주다 옷을 벗겼을 뿐, 성관계는 없었다”고 일관되게 부인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부족하다”
(1)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부족
피해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성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경찰·검찰·법정에서의 진술 내용이 서로 달라,
신빙성이 낮다고 보았습니다.
(2) 객관적 증거 부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피해자의 외음부·질·자궁경부에서는 정액 반응이 없었고,
피고인의 DNA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피해자가 주장한 감염균(유레아플라즈마, 가드네렐라)은
성관계가 없어도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균으로 밝혀졌습니다.
(3) 피고인의 자백도 증거 능력 없음
검찰은 “피고인이 자백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조사 당시 합의 종용과 형 감경 암시 등으로 임의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그 자백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4) 피해자의 행동 경위도 납득 어려움
첫 모텔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는 피고인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집으로 초대해 피자를 함께 먹는 등 자연스럽게 만남을 이어감.성추행·성관계가 있었다면 즉시 거부하거나 신고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음.
→ 따라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나 피고인의 강제 행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결론
“피해자의 진술이 불명확하고, 강제추행 또는 간음의 객관적 증거가 없다.”
이에 따라 법원은
준강제추행 및 준강간 모두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 요지를 공시했습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기억이 불분명한 피해자의 진술이 어느 수준까지 증거가 될 수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기억 왜곡, 문자로 남은 감정 섞인 대화,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추측성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 판단을 이끌기 어렵습니다.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은 명확합니다.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따라서 이 판결은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불충분하며,
DNA·정액반응 등 물적 증거의 중요성,
자백의 임의성 검증 절차,
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술자리 이후 발생한 모호한 신체접촉’을 둘러싼 형사사건에서
법원이 얼마나 높은 증명 기준을 요구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감정적 공감이나 추측은 증거가 아닙니다.
법원은 오직 확실한 증거와 일관된 진술을 통해서만 ‘항거불능 상태’와 ‘간음행위’를 인정합니다.
결국 이 사건은
“모호한 기억과 불분명한 정황만으로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는 원칙을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