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강제추행 혐의… “2초 스침, 의도 없었다” 법원 무죄 판결

술에 취해 잠든 남성, 지하철 안에서 여성 허벅지 ‘2초 스침’. 검찰은 강제추행이라 주장했지만, 법원은 “성적 의도 입증 부족”이라며 무죄 선고. “잠결의 실수, 고의 추행으로 보기 어렵다.”
Oct 15, 2025
지하철 강제추행 혐의… “2초 스침, 의도 없었다” 법원 무죄 판결

지하철 속 짧은 순간의 오해


2018년 10월의 어느 밤, 밤 11시가 다 된 시각.
성남대로를 지나는 분당선 전동차 안은 한산했습니다.


술에 취한 한 남성(A)은 자리에 앉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왼쪽 자리에는 잠시 후 20대 여성(B)이 타서 앉았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A의 왼손이 B의 허벅지에 ‘순간적으로 스쳤습니다.’


B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지만,
A는 즉시 눈을 뜨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손은 단 한 번, 약 2초 정도 닿았을 뿐이었습니다.

B 역시 처음엔 “실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나중에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술에 취해서 균형을 못 잡은 줄 알았어요.
그때는 기분 나쁘게 만진 게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이후의 행동


사과 후 A는 맞은편 자리로 옮겨 앉았습니다.

그러나 잠시 뒤, 그는 휴대폰을 꺼내 피해자의 모습을 몰래 촬영했고
그 사진을 친구들과의 단체대화방에 올렸습니다.

 

그 메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술 취해서 자면서 허벅지를 쓰담했는데 진심 사과하니 그냥.”
 

이 메시지를 본 주변 승객 D가 놀라
“방금 찍은 거 뭐예요?”라며 추궁했고,
결국 피해자와 함께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B는 처음엔 “실수라 생각했지만”,
이 문자 내용을 보고 “고의로 만졌던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법정에서의 공방


검찰은 이 문자 메시지를 결정적 증거로 보았습니다.


“피고인이 ‘허벅지를 쓰담했다’고 스스로 표현한 것은
추행 의도가 있었다는 자백입니다.”


하지만 피고인 측은 달랐습니다.


“잠결에 손이 닿았을 뿐인데,
술김에 ‘괜히 오해받을 뻔했다’는 식으로 장난처럼 쓴 겁니다.”


즉, 문자 내용은 자백이 아니라
‘실수로 그런 일이 있었던 상황을 친구에게 해명한 말’이었다는 주장입니다.


법원의 판단 — “의도적인 추행으로 볼 수 없다”


법원은 사건 당시 상황을 세밀하게 살폈습니다.
 

  • 피고인은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고,

  • 피해자가 앉은 뒤에도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으며,

  • 접촉은 한 번, 단 2초 정도에 불과했고,

  • 즉시 사과했고 피해자도 이를 바로 받아들였으며,

  • 피해자는 당시 “실수로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한 지하철 안에는 다른 승객들도 있었고,
피해자가 두꺼운 츄리닝 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행위는 잠결의 무의식적 행동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자 역시 고의적 추행의 자백이 아니라 상황을 과장한 표현으로 보인다.”

따라서

“추행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즉,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추행의 고의(성적 의도)”가
얼마나 엄격히 증명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판례입니다.


단순히 신체가 닿았다고 해서 모두 ‘추행’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 행위가 우연이었는지, 의도된 것 이었는지가 핵심입니다.

 

특히 공공장소에서의 짧은 접촉은 상황 전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피해자 본인도 당시에는 실수로 느꼈던 정황이라면
법원은 쉽게 유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발생하는 추행 사건의 상당수는
순간적인 접촉에서 비롯된 ‘의도 논쟁’으로 이어집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 당시의 구체적 정황,

  • 피해자와 피고인의 즉각적 반응,

  • 영상이나 목격 증거,

  • 피해자의 초기 진술 내용입니다.


피해자의 불쾌감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렵고,
행위자의 성적 의도와 지속성이 입증되어야만 유죄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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