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진술 엇갈린 성추행 의혹 — 법원 “DNA만으로 유죄 단정 불가, 무죄”

지적장애 남성과 여성의 술자리 뒤 성추행 고소 사건. 피해자 진술 번복·모순, DNA 외 증거 부족… 법원 “합리적 의심 배제 못해 무죄”
Oct 16, 2025
피해자 진술 엇갈린 성추행 의혹 — 법원 “DNA만으로 유죄 단정 불가, 무죄”

장애인 직업훈련원에서의 인연


피고인 A와 피해자 D는 과거 장애인 직업훈련기관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피고인에게 편지를 건네며 “함께해서 즐거웠다, 평생 잊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후 몇 년간 별다른 연락 없이 지내던 두 사람은 2021년 5월경 다시 연락을 주고받게 됩니다.

피해자는 췌장염으로 입원 중이던 시기에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 통화를 계기로 다시 연락이 이어졌습니다.


사건의 날 — 술자리에서 하룻밤 동행까지


2021년 5월  저녁, 피고인은 친구 G와 그의 여자친구 H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피해자가 전화를 걸어와 “갈 곳이 없다”고 말했고, 피고인은 자신의 집 주소를 알려줍니다.

피해자는 밤 10시 40분경 피고인의 집에 도착했고, 함께 있던 G와 H에게 “백혈병 말기라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들은 H는 안쓰러운 마음에 “오늘만이라도 집에서 재워 달라”고 피고인에게 부탁했고, H가 피해자를 씻겨준 뒤 귀가했습니다.


결국, 집에는 피고인과 피해자 둘만 남게 됩니다.


다음 날 새벽 — 그리고 고소


새벽 무렵 피해자는 복통을 호소했고, 피고인은 오전 5시경 직접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불렀습니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닷새 뒤인 5월 30일

“피고인이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피해자의 팬티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고, 산부인과 진료에서는 처녀막 열상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진술의 변화와 신빙성 논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여러 부분에서 모순과 비일관성을 보였습니다.
 

  • 처음에는 “깨어나 보니 알몸이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팬티가 발목에 걸쳐져 있었다”고 변경.

  • “피고인이 기계를 넣었다”고 하다가 “진동 느낌만 느꼈다”고 번복.

  • “피고인 집에 마스크 팩을 붙이고 바로 잠들었다”고 했지만, 그 직후 피고인에게 전화를 건 기록이 존재.

또한 피해자가 말한 ‘여성용 자위기구’는
실제로 확인해보니 외부 자극용으로 삽입이 어려운 형태였고,
피고인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하지마비 환자라는 점에서
‘잠든 피해자를 억압적으로 추행했다’는 진술은 설득력이 약했습니다.


더불어 피해자는 주변인들에게 “백혈병 말기라 시한부”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췌장염 진단만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 외에도 거짓 진술이나 과장된 발언을 여러 차례 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낮게 평가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은 유죄 판단의 기준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유죄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때만 인정된다.”


이번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모순되고, 객관적 증거와도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DNA 검출만으로는 범죄 행위의 ‘의도’나 ‘방법’을 입증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행동 역시 강제 추행의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증거의 공백’을 넘지 못한 사건


이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한 성범죄 사건에서 신빙성 검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법원은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피해자의 고통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법적으로 입증 가능한 범죄 행위’로 연결되려면진술의 일관성, 구체성, 객관적 정황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이번 판결은 ‘성범죄 입증의 어려움’과 ‘무고 가능성에 대한 경계’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남깁니다.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증거 없는 처벌은 또 다른 부정의가 될 수 있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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