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경기도 고양시의 한 어린이집.
2019년 3월, 20대 보육교사 A씨는 평소 유난히 산만하던 세 살배기 남아 E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점심시간, 밥을 먹지 않고 인형을 베고 누워 있는 아이를 일으키려다 “강하게 끌어당겼다”는 이유로 신고를 당했습니다.
며칠 후에는 울고 있는 아이의 몸을 억지로 돌려 밀쳐냈다는 신고가,
또다른 날에는 아이를 엉덩이를 때리고 매트 반대편으로 옮겼다는 신고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A씨는 아동복지시설종사자의 아동학대 가중처벌(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찰의 주장
검찰은 “피고인이 반복적으로 아이를 강하게 끌거나 밀치고, 엉덩이를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행위를 했다”며 “피해아동의 신체적·정신적 발달에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동학대의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핵심 증거로 제출됐고,
검찰은 “영상 속 A씨의 행동은 명백히 아동의 신체건강을 해치는 폭력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2020년 11월 11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CCTV 영상과 아동보호전문기관·아동권리보장원의 감정 결과를 근거로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① CCTV 분석 — ‘학대 아님’ 결론
사건 직후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논란이 된 모든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기고양아동보호전문기관과 아동권리보장원 모두 “영상 속 행동은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영상에서 피고인의 행동은 아이를 일으키려는 단순한 제지 동작으로 보였고,
아이가 울긴 했지만 그 직후 다시 놀이에 참여하는 모습도 확인되었습니다.
② 피해아동의 신체·정신 피해 ‘없음’
법원은 피해아동의 신체검사 결과나 심리검사에서도 건강·발달 저해의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즉, 피고인의 행위가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구체적 위험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③ 학대의 ‘고의’도 입증 안 돼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아이를 일으키거나 제지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신체접촉으로, 학대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동의 신체건강 또는 발달을 저해할 정도의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사건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보육 현장에서 훈육과 학대의 경계가 얼마나 미묘한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아동보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훈육의 맥락 속에서 이뤄진 단발적 행동까지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또한, 전문가 기관의 감정과 객관적 영상 분석이 결론을 좌우한 사례로서,
감정적 판단보다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법적 판단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 판결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