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집기 팔았다가 횡령? 법원 “소유 불분명, 선고유예”

임차인이 식당 이사 중 집기를 넘겼다는 이유로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소유가 불명확하고 회복 노력 있었다”며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Oct 29, 2025
식당 집기 팔았다가 횡령? 법원 “소유 불분명, 선고유예”

1. 식당을 둘러싼 오해

2012년 봄, 충남 부여의 한 시골 건물.

식당을 운영하던 임차인 A씨는 건물주 C씨에게서
“시설과 집기는 그대로 쓰되, 나중에 정리할 때 돌려달라”는 약속을 받고
식당을 인수했습니다.

냉장고, 에어컨, 주방 집기류 등 모든 물품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1년 뒤, 건물의 실제 소유자가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새 주인이 “이제 건물을 비워달라”고 요구했고,
A씨는 결국 식당을 정리해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됩니다.

이사 과정에서 그는 기존에 쓰던
에어컨 한 대를 이사업자에게 이사비로 대신 주었습니다.
“어차피 내 돈으로 산 거나 다름없는데.”
그렇게 생각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2. “내 물건을 팔아넘겼다”

이후 건물주 C씨는 경찰서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임차인이 내 물건을 마음대로 팔아넘겼습니다. 냉장고, 식탁, TV, 에어컨까지 다 가져갔어요.”
그는 물품 20종, 총 2천만 원어치를 피해 목록으로 제출했습니다.

검찰은 A씨를 횡령죄로 기소했습니다.
피고인은 억울했습니다.

“에어컨은 내가 계약금 떼인 걸 메우려고 잠깐 넘긴 거예요.
냉장고나 다른 집기들은 애초에 내 게 아니었고, 지금도 일부는 보관 중입니다.”


3. 1심의 판단 — 벌금 70만 원

1심 법원(논산지원)은 “피고인이 임차한 건물의 집기를 위탁받은 물건으로 보고,
이를 이사 과정에서 임의로 처분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는 벌금 70만 원.

하지만 A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난 팔지도 않았고, 아직도 물건 일부는 갖고 있다”며 항소했습니다.
검찰도 “벌금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습니다.


4. 항소심에서 밝혀진 사실들

법원은 사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살폈습니다.

  • 피해자 C씨는 피해 물품 목록을 “기억에 의존해” 작성했습니다.

  • 5년 전 거래명세표를 작성한 납품업체 직원도 “대략 기억나는 걸 적었다”고 진술했습니다.

  • 냉장고, TV, 좌탁 등은 건물의 전 소유자 S씨가 이미 C씨에게 넘긴 물건일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즉, 어떤 물건이 누구의 것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5. 법원의 판단 — “에어컨만 인정”

법원은 이렇게 결론지었습니다.

“피고인이 이사 과정에서 에어컨 한 대를 이사업자에게 넘겨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나머지 물품은 피해자 소유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횡령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

또한 법원은 횡령죄의 법리를 설명했습니다.

“횡령은 수탁자가 위탁받은 물건을 타에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했을 때 성립하며,
사후에 반환했다고 해서 불법영득의 의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에어컨 한 대에 대해서만 횡령이 인정되었습니다.


6. 형량 — 선고유예

재판부는 “피고인이 계약금 손실을 메우려던 사정이 있었고,
고소 직후 에어컨을 회수해 돌려주겠다고 한 점”을 참작했습니다.
또한, 형사처벌 전력이 거의 없었던 점을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피고인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하되, 그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즉, 일정 기간 문제가 없으면 실제 형벌은 면하게 되는 처분이었습니다.


7.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보관 위탁물의 소유권이 불분명할 때 횡령으로 처벌할 수 있는가’라는 법적 쟁점을 남겼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주장만으로는 소유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면,
모든 물품을 횡령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형량 판단에서 피고인의 행위 동기와 이후의 회복 노력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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