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화성시의 한 아파트 단지.
2021년 9월 어느 오후, 같은 아파트에 사는 50대 남성 A씨가
초등학생 B군(7세)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습니다.
A씨는 아이를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 창밖에다 소리 지르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좋은 말 할 때 말 잘 들어.”
이 한마디는 곧 ‘정서적 학대’ 사건으로 번졌습니다.
검찰은 A씨가 아동에게 공포심을 유발해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쳤다고 보고,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의 주장
검찰은 A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피해자 가족과 갈등을 겪으면서, 그 불만을 아이에게까지 표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이는 사건 직후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였고,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검찰은 “행위의 의도와 결과를 볼 때, 이는 분명 아동의 정신건강을 해친 정서적 학대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하지만 법원은 2022년 8월 30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와 대법원 판례(2020. 3. 12. 선고 2017도5769)를 인용해,
“정서적 학대는 단순한 언행이 아니라, 아동의 정신건강이나 발달을 실질적으로 저해할 정도의 가혹행위여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피고인의 언행이 다소 부적절했더라도,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가혹행위로 보기 어렵다.”
① 엘리베이터 속 ‘한마디’의 맥락
A씨는 윗집의 층간소음 문제로 수개월간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그는 인터폰과 경비실을 통해 여러 차례 항의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윗집 소음충”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엘리베이터에서 아이를 마주친 것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발언은 감정적인 갈등 속에서 나온 즉흥적인 말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즉, 악의적 협박이나 아동을 겨냥한 고의적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② 아이의 불안, ‘상황적 두려움’일 뿐
법원은 피해 아동이 피고인에게 공포심을 느낀 것은 인정했지만,
그 이유가 ‘피고인의 말 자체’ 때문이 아니라, 층간소음 갈등 상황을 이미 알고 있던 두려움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피해 아동은 피고인의 존재와 부모 간 갈등을 인식하고 있었고,
사건 이후 불안감은 피고인의 언행보다는 그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③ 구체적인 협박이나 반복 행위도 없음
CCTV 영상에도 피고인이 아이를 위협하거나 물리적 행동을 한 장면은 없었습니다.
또한, 이전이나 이후에도 A씨가 아이를 대상으로 반복적인 언행을 한 사실이 없다는 점에서, 법원은 “학대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론 및 의미
석원재 변호사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은 이웃 간 갈등이 아동학대 사건으로 번졌을 때 법원이 어디까지를 ‘정서적 학대’로 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법원은 “감정적인 다툼 속에서 나온 단발적 언행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는 없다”며,
아동학대 판단 시 행위의 맥락·의도·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