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2016년 부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원장 B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지만 2021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5년 전, 사건이 막 세상에 알려졌을 무렵 한 학부모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댓글 한 줄이 훗날 법정으로 이어졌습니다.
A씨는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관련 기사에 “원장이 CCTV도 하드 삭제하고 끝까지 아니라는 등…”이라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검찰은 이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판단해 기소했습니다.
검찰의 주장
검찰은 “A씨가 피해자인 원장 B씨의 무죄 확정 전, 근거 없이 ‘CCTV 삭제’라는 허위 사실을 퍼뜨려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당시 재판에서 ‘CCTV 영상은 애초에 저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삭제했다’는 표현은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의 반박
A씨는 “비방할 의도도, 허위사실을 퍼뜨리려는 목적도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는 당시 같은 아파트에 살던 학부모 I씨로부터 들은 말을 그대로 옮겼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주변 부모들이 모두 어린이집 CCTV가 고장 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수사기관에서도 CCTV 기사 이야기가 돌았던 상황이었다.”
즉, 자신은 타인의 말을 단순히 전한 것뿐이며, 허위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댓글이 올라온 당시의 정황과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따졌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은 실제로 CCTV가 고장 나 영상이 저장되지 않았고, 하드디스크 교체 과정에서 실제 저장매체가 버려진 정황이 있었다.
A씨는 피해자 원장과 직접적 관계가 아닌 다른 학부모로부터 들은 정보를 토대로 글을 작성했다.
댓글의 내용은 일부 과장된 표현이 있을 수 있으나, 핵심 사실은 객관적 정황과 완전히 배치되지 않는다.
“피고인의 댓글이 다소 과장되거나 세부적으로 부정확하더라도,
중요한 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합치될 여지가 있다.
허위성 인식이나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결론
결국 법원은 A씨가 쓴 댓글을 허위사실 유포로 보지 않았습니다.
A씨의 행위는 단순히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의견 개진의 범주에 속하며,
비방 목적이 아닌 공공의 관심사에 대한 표현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번 사건은 온라인 명예훼손의 경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판결입니다.
법원은 “댓글이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명예훼손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표현의 자유와 공익적 논의의 중요성을 함께 고려했습니다.
특히, “허위성의 인식과 비방 목적”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처벌할 수 있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