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경위
피고인 A씨는 예멘에서 알게 된 지인 B를 오래전부터 도와온 사이였습니다.
B는 “한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싶다”며 남편 C와 함께 한국 방문을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단기 방문(C-3)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정당한 방문 목적이 필요했습니다.
피고인은 평소 무역 거래 관계가 있던 (주)E에 초청장 작성을 부탁했고,
(주)E는 자신들의 일반적 방식대로
“중고자동차 및 부품 구매 목적”이라는 초청장을 발급했습니다.
피고인은 이 서류를 B에게 전달했고,
B와 C는 각각 한국 대사관에 제출해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실제 목적은 가족 방문인데
초청장에는 중고차 구매라고 허위 기재했다는 이유로
→ 위계공무집행방해, 출입국관리법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중고차 구매하려는 줄 알았다”고 일관되게 부인했습니다.
2. 쟁점: 피고인은 ‘허위 초청’을 고의로 했는가?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사실과 다른 서류가 제출된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드시 공무원을 속이려는 고의,
즉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도 제출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바로 이 ‘고의’ 여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법원은 검찰의 주장보다
“피고인이 실제 목적을 몰랐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1) (주)E는 원래 중고차 구매 목적 초청장을 자주 발급하던 회사
국제물류업체인 (주)E는 외국인이 중고자동차를 구매하면 운송을 도와주는 곳으로,
‘중고차 구매 목적 초청장’을 빈번히 작성해 왔습니다.초청 대상자의 실제 체류 목적을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즉, 서류의 내용은 회사의 통상적 방식이었고
피고인이 허위라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2) 피고인은 B 부부의 진짜 목적을 정확히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큼
피고인은 “중고차 구매 때문에 오려 한다고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B는 재판에서 “원래의 목적은 가족 방문이었다”고 말했지만,
피고인이 이를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피고인은
“이 초청장으로 오래 살 수 없다, 반드시 출국해야 한다”고 B에게 조언한 사실이 인정됩니다.
3) 피고인에게 범행 동기가 보이지 않음
피고인은 B 부부에게 대가를 받은 적도 없고,
단지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여서 도와준 것이며,
B 부부가 난민 신청을 하거나 장기간 체류하려 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4) 따라서 ‘허위 초청 고의’는 입증되지 않음
법원은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습니다.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허위임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
고의가 증명되지 않은 이상 위계공무집행방해는 성립할 수 없다.
결국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4. 판결의 의의
석원재 변호사
이번 판결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비자 초청 과정에서 ‘허위 기재’가 있어도, 피고인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초청장 작성은 기업의 일반적 업무 방식일 수 있으며, 이를 무조건 위계 행위로 보기 어렵다.
외국인 체류 목적과 초청 과정은 오해·의사소통 차이로 인해 왜곡될 수 있다.
형사재판의 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가 재확인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