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발단 — 검찰청 앞의 고성
2016년 11월 29일 오전 11시경,
부산지검 동부지청 앞마당.
민간자격증 관련 문제로 한 협회장 D와 자격증 보유자 A가 격하게 다투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E 등 수십 명의 협회 관계자와 행인들이 있었습니다.
이때 A가 소리쳤다고 전해진 말.
“D는 F대학교 석좌교수가 아니다! 사기꾼이다!
G대 대학원은 돈만 주면 누구라도 졸업할 수 있다!
D는 실력도 없다, 사기꾼이다!”
그러나 D는 실제로 F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었고,
G대 대학원 학위를 돈으로 산 사실도 없었습니다.
검찰은 A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기소했습니다.
2. 검찰의 주장 — “다수 목격자가 들었다”
검찰은 다음과 같은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D와 E, H, I, J, K 등 여섯 명이 “피고인이 위 발언을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발언은 다수인이 듣는 공개된 장소에서 있었으며,
명백히 허위사실”이라며 유죄를 주장했습니다.
3. 피고인의 반박 — “그런 말 한 적 없다”
A는 “언성이 높았던 건 사실이지만 ‘사기꾼’이라는 말을 한 적도,
명예를 훼손할 의도도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D가 나에게 ‘인간답게 살아라’며 욕설을 퍼부어
자존심이 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4. 법정에서 드러난 모순들
① 발언 시점이 서로 달랐다
D는 “검찰청에서 나올 때쯤 피고인이 그런 말을 했다”고 했습니다.
반면 E, H, I, J은 “검찰청에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말했다”고 했고,
K는 “나올 때만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즉, 목격자들의 진술이 시간대부터 엇갈렸습니다.
② 진술서 내용도 일관되지 않았다
E, H, J은 수사기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헤어질 때 그런 말을 들었다”고 썼지만,
법정에서는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모두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사람의 말이 조사 때와 재판에서 달라진 것이었습니다.
③ ‘누가 부탁해서 썼다’는 상반된 증언
H는 “D의 부탁으로 사실확인서를 작성했지만,
그가 당시 일을 설명해준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I는 “H가 써달라고 해서 썼고,
그전에도 관련 얘기를 여러 번 나눴다”고 했습니다.
결국 서로가 “누가 시켰는지, 어떤 내용을 공유했는지”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게다가 이들이 쓴 진술서와 확인서는 내용이 거의 동일했고,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뒤에야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법원은 “미리 상의하거나 누군가의 부탁으로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④ 모두 ‘협회 관계자’였다는 점
E, H, I, J, K 모두 D의 제자이거나
같은 민간자격증 협회에서 일하는 강사들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과 D가 자격증의 진위 문제로 분쟁 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들의 진술을 객관적 제3자의 진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⑤ 고소의 시기도 수상했다
D는 2017년 5월경, 같은 사건으로 A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벌금 3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A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았고,
사건이 벌어진 지 1년이나 지난 뒤(2017년 11월)에야 고소했습니다.
“같은 장소·시간의 일로 자신이 처벌을 받았음에도,
즉시 대응하지 않고 1년 뒤에 고소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⑥ 객관적 증거 ‘녹음파일’에서도 발언 없음
현장에 있던 M이 상황을 녹음한 파일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는 A의 ‘사기꾼’ 발언이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5. 법원의 결론 — “범죄의 증명이 없다”
법원은 A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목격자들의 진술은 서로 모순되고,
객관적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
6. 판결의 의미 — “증언의 일관성 없으면 유죄도 없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여러 명의 증언이 일관되지 않을 경우,
그 자체로 유죄의 증거가 되기 어렵다는 원칙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법원은 명확히 밝혔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증거는 의심이 아닌 확신이어야 한다.
객관적 자료 없이 기억에 의존한 모순된 진술만으로는
결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