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만으로는 유죄 없다 — 명예훼손 무죄 판결, 법원이 밝힌 핵심 이유

검찰청 앞 다툼에서 “사기꾼”이라 외쳤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건.
Nov 04, 2025
증언만으로는 유죄 없다 — 명예훼손 무죄 판결, 법원이 밝힌 핵심 이유

1. 사건의 발단 — 검찰청 앞의 고성

2016년 11월 29일 오전 11시경,
부산지검 동부지청 앞마당.
민간자격증 관련 문제로 한 협회장 D와 자격증 보유자 A가 격하게 다투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E 등 수십 명의 협회 관계자와 행인들이 있었습니다.

이때 A가 소리쳤다고 전해진 말.

“D는 F대학교 석좌교수가 아니다! 사기꾼이다!
G대 대학원은 돈만 주면 누구라도 졸업할 수 있다!
D는 실력도 없다, 사기꾼이다!”

그러나 D는 실제로 F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었고,
G대 대학원 학위를 돈으로 산 사실도 없었습니다.
검찰은 A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기소했습니다.


2. 검찰의 주장 — “다수 목격자가 들었다”

검찰은 다음과 같은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D와 E, H, I, J, K 등 여섯 명이 “피고인이 위 발언을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발언은 다수인이 듣는 공개된 장소에서 있었으며,
명백히 허위사실”이라며 유죄를 주장했습니다.


3. 피고인의 반박 — “그런 말 한 적 없다”

A는 “언성이 높았던 건 사실이지만 ‘사기꾼’이라는 말을 한 적도,
명예를 훼손할 의도도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D가 나에게 ‘인간답게 살아라’며 욕설을 퍼부어
자존심이 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4. 법정에서 드러난 모순들

① 발언 시점이 서로 달랐다

  • D는 “검찰청에서 나올 때쯤 피고인이 그런 말을 했다”고 했습니다.

  • 반면 E, H, I, J은 “검찰청에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말했다”고 했고,

  • K는 “나올 때만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즉, 목격자들의 진술이 시간대부터 엇갈렸습니다.

② 진술서 내용도 일관되지 않았다

E, H, J은 수사기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헤어질 때 그런 말을 들었다”고 썼지만,
법정에서는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모두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사람의 말이 조사 때와 재판에서 달라진 것이었습니다.

③ ‘누가 부탁해서 썼다’는 상반된 증언

  • H는 “D의 부탁으로 사실확인서를 작성했지만,
    그가 당시 일을 설명해준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 I는 “H가 써달라고 해서 썼고,
    그전에도 관련 얘기를 여러 번 나눴다”고 했습니다.

결국 서로가 “누가 시켰는지, 어떤 내용을 공유했는지”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게다가 이들이 쓴 진술서와 확인서는 내용이 거의 동일했고,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뒤에야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법원은 “미리 상의하거나 누군가의 부탁으로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④ 모두 ‘협회 관계자’였다는 점

E, H, I, J, K 모두 D의 제자이거나
같은 민간자격증 협회에서 일하는 강사들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과 D가 자격증의 진위 문제로 분쟁 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들의 진술을 객관적 제3자의 진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⑤ 고소의 시기도 수상했다

D는 2017년 5월경, 같은 사건으로 A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벌금 3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A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았고,
사건이 벌어진 지 1년이나 지난 뒤(2017년 11월)에야 고소했습니다.

“같은 장소·시간의 일로 자신이 처벌을 받았음에도,
즉시 대응하지 않고 1년 뒤에 고소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⑥ 객관적 증거 ‘녹음파일’에서도 발언 없음

현장에 있던 M이 상황을 녹음한 파일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는 A의 ‘사기꾼’ 발언이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5. 법원의 결론 — “범죄의 증명이 없다”

법원은 A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목격자들의 진술은 서로 모순되고,
객관적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

6. 판결의 의미 — “증언의 일관성 없으면 유죄도 없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여러 명의 증언이 일관되지 않을 경우,
그 자체로 유죄의 증거가 되기 어렵다는 원칙
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법원은 명확히 밝혔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증거는 의심이 아닌 확신이어야 한다.
객관적 자료 없이 기억에 의존한 모순된 진술만으로는
결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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