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판매업체 찾아가 고성·책상 내리쳤지만… 업무방해·폭행 모두 무죄된 이유

가스판매조합장이 신규 가스판매업체 사무실에 찾아가 “영업 못하게 할 거다”라고 소리치고 책상을 내려쳤지만, 법원은 업무방해죄와 폭행죄 모두 무죄로 봤습니다
Dec 11, 2025
가스판매업체 찾아가 고성·책상 내리쳤지만… 업무방해·폭행 모두 무죄된 이유


1. 사건의 배경 — 조합장이 찾아간 날

A씨는 한 액화석유가스 판매조합의 조합장이었고, B씨는 같은 조합의 조합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은 지역에서 새로운 가스 판매업체가 영업을 시작합니다.

문제는 이 업체가 액화석유가스 판매 허가를 받아 영업하면서도,
기존 조합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같은 업종인데, 우리 규칙은 다 피하면서 장사만 따로 한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A씨와 B씨는 이런 상황에 화가 났고, 결국 조합원 몇 명을 데리고 그 업체 사무실을 찾아가게 됩니다.


2. 검찰의 이야기 — “5분간 소란, 업무를 막으려 했다”

검찰이 본 사건의 그림은 이렇습니다.

  • A씨와 B씨는 조합원 약 5명과 함께

  • 가스 판매업체 사무실로 찾아가

  •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며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 A씨는 경리 직원에게

    “아가씨 몇 살인데 그러냐. 일 못하게 할 거다. 사장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해라.”
    라고 소리쳤고,

  • B씨는 손으로 책상을 세게 내려치고,

    “우리가 여기 괜히 온 것 같으냐. 영업 못하게 할 거다.”
    라고 소리치며 삿대질을 했습니다.

이 장면이 약 5분간 계속되었습니다.

검찰은 이 행동을 두고,

“조합장과 조합원이 조합원들을 데리고 사무실에 찾아가,
고성·협박성 발언·책상 내리치기로 위력을 행사해 업무를 방해했다

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어진 상황에서 A씨가 사장에게
“내가 공동명의 사장이다, 나가 달라”는 말을 듣고 옷깃 목덜미를 잡아당겼다는 이유로
폭행죄까지 함께 기소했습니다.


3. 피고인들의 입장 — “항의하러 간 것이지, 일 못 하게 하려던 건 아니다”

이에 대해 A씨와 B씨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 “조합에 가입하지 않고 장사하는 것에 대해 항의하러 간 것일 뿐,
    진짜로 영업을 중단시키거나 일을 막으려고 한 건 아니다.”

  • “잠깐 언성이 높아지고 책상을 친 건 맞지만,
    직원들이 실제로 일을 못 하게 한 적은 없다.

  • “옷깃을 잡아당긴 부분도, 심한 폭행이라고 볼 정도는 아니다.”

즉, 감정 섞인 항의는 있었지만, 그걸 형사처벌까지 해야 할 업무방해·폭행 수준의 ‘위력’, ‘유형력’으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4. 법정에서 확인된 장면 — 직원들은 계속 일하고 있었다

재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직원들의 진술과 CCTV 영상이었습니다.

① “업무 방해는 없었다”는 직원들의 말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직원 H, I는 법정에서 이렇게 진술합니다.

  • 피고인들이 와서 소리친 건 맞지만,

  • 그 때문에 세금계산서 정산이나 거래처 관리 업무를 못 한 적은 없다.

  • 피고인들이 있는 동안에도 계속 업무를 이어갔다.

실제로 법정에서 CCTV 영상을 재생해보니,
피고인들이 사무실에 들어온 이후에도 직원들은 자리에서 계속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었습니다.

② “신고는 했지만, ‘업무가 마비된’ 상황은 아니었다”

경리 직원 H는, 피고인들이 찾아오자

  • 사장 D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렸고,

  • D가 “신고하라”고 해서 112에 신고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즉, 불안하고 불쾌해서 신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업무가 중단되거나 마비된 상태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5. 법원의 판단 — “이 정도 과격한 항의만으로는 업무방해·폭행이라 하기 어렵다”

법원은 먼저,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이 무엇인지 기준을 잡고 봅니다.

  •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제압하거나 혼란시킬 정도의 힘이고,

  • 단순한 고성·언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1. 피고인들이 다소 과격한 표현을 쓰고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2. 직원들은 그 와중에도 실제 업무를 계속하고 있었고,

  3. 업무가 중단되거나, 거래처 관리·세금계산서 업무에 현실적인 지장이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피고인들의 언행은 다소 과격하다고 볼 수는 있으나,
조합장으로서 업무상 항의를 하기 위해 방문했던 사정을 고려하면,
이것을 형사처벌 대상인 업무방해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라고 판단해 업무방해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폭행 부분에 대한 판단

폭행 부분에서도 CCTV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 영상에는 A씨와 사장 D가 가까운 거리에서 언쟁을 하는 모습,

  • 그 과정에서 A씨가 D의 상의 옷깃 아래 부분을 한 번 잡아당기는 장면이 나옵니다.

법원은 이 장면을 보고도,

“언쟁 과정에서 나온 일시적인 행동으로 보이고,
이를 형사처벌할 만한 수준의 ‘유형력 행사’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고 보았습니다.

결국 폭행 혐의 역시 “범죄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6.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감정이 격해진 항의가 언제 ‘업무방해·폭행’으로 넘어가는지의 기준을 잘 보여줍니다.

핵심 메시지는 두 가지입니다.

  1. 소리쳤다고 다 업무방해는 아니다

    • 잠깐 고성이 오가고 책상을 치는 등,
      사회통념상 “예의 없고 과격한 항의”일 수는 있습니다.

    • 그러나 실제로 업무가 중단되거나, 지장을 줄 현실적인 위험이 없다면
      형사상 업무방해죄로 보기 어렵습니다.

  2. 경미한 접촉이 모두 폭행은 아니다

    •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은
      반드시 큰 상처나 통증을 남기는 행위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 최소한 형사처벌로 다룰 만한 정도의 유형력은 있어야 합니다.

    • 언쟁 도중 순간적으로 옷깃을 한 번 잡아당긴 정도로는
      “가벌성이 있는 폭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물론,
이러한 행동들이 민사상 책임(손해배상 청구 등)이나
향후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업무방해·폭행이 인정되려면,

  • 실제 업무에 미친 영향,

  • 영상·진술 등 객관적 자료,

  • 행위의 정도와 경위까지 모두 종합해,
    “정말 처벌이 필요할 정도인가?”를 엄격하게 따지게 됩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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