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를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고 말했다면 업무방해일까? 법원이 무죄를 본 이유

전직 직원이 경쟁업체를 설립하자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가 문제 된 사건.
Dec 04, 2025
경쟁업체를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고 말했다면 업무방해일까? 법원이 무죄를 본 이유

사건개요 — “퇴사 직원이 사업을 시작하자, 충돌이 시작됐습니다”

이 사건은 한 회사의 지배인 A씨퇴사 후 독립해 새로운 업체를 운영하던 피해자 C씨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피해자 C씨는 원래 A씨 회사(B)의 직원이었지만 퇴사 후
카드 결제 단말기 설치·관리 업체(D)를 새로 시작했습니다.
이 업체는 B가 관리하던 가맹점 몇 곳을 새로운 고객으로 유치했습니다.

A씨는 이를 불편하게 여겼고,
경쟁업체가 본인 회사의 고객을 데려간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A씨는 한 가맹점(G)을 직접 찾아가 업체 변경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때 문제가 된 것은 A씨가 했다고 주장된 발언이었습니다.

피해자 측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A씨가 가게에 와서
‘C는 사기 혐의로 구속돼 더 이상 일을 못한다.
일주일 안에 단말기를 우리 회사 것으로 바꿔라’
라는 허위사실을 퍼뜨렸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피해자 C씨의 신뢰는 크게 훼손될 수 있고,
신규 고객 확보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일관되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말이 실제로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리고 실제로 피해자의 업무가 방해되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쟁점 1 — 허위사실을 말했는지 여부는 어떻게 판단할까?

피해자 C씨는 A씨의 말을 직접 들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게 주인(F씨)과 그의 아내(H씨)에게 들은 뒤 고소했습니다.

따라서 A씨의 유죄 여부는 F씨·H씨 부부의 진술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가 핵심이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두 사람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① F씨는 중병 이후 기억·인지 능력이 크게 저하된 상태

  • 조사 과정 대부분을 배우자인 H씨가 대신 진술했습니다.

  • 법정에서는 대부분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② H씨의 진술도 일관되지 않았고, 결정적 부분이 모호함

H씨는

  •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확신하지 못했고,

  • A씨가 직접 “구속됐다”고 말했다는 점도 확정적으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실제로 가게에 방문한 사람 중에는
A씨가 아닌 다른 직원(T씨)도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즉, “그 말을 누가 했는지”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③ 진술 내용이 ‘왜곡되었을 가능성’도 존재

법원은 특히 다음 부분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 A씨는 피해자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실은 있었음

  • 하지만 이것이 “구속됐다”, “사기꾼이다”라는 식으로 전달 과정에서 변형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큼

즉, A씨의 실제 말 → F씨의 기억·이해 과정 → H씨에게 전달 → 피해자에게 전달
이 과정에서 내용이 충분히 왜곡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쟁점 2 — 피해자의 업무를 실제로 방해한 행위인가?

업무방해죄는 단순히 불편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1. 고의적으로,

  2. 업무를 방해하는 결과 또는 위험이 발생했음

이 두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이 문제였습니다.

① A씨가 “허위사실을 퍼뜨려서” 업무를 방해하려는 고의가 인정되지 않음

앞서 본 것처럼 A씨가 실제로 어떤 말을 했는지조차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② 가맹점 변경 요구 자체에는 합리적 사유도 존재

법원은 A씨가 가맹점주에게 “계약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 것도
정당한 영업상 설명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우리 회사와 다시 거래해 주세요”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업무방해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 업무방해는 무죄, 명예훼손은 공소기각

최종적으로 법원은 이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1) 업무방해 — 무죄

  • A씨가 허위사실을 말했다는 증거 부족

  • F씨·H씨 진술의 신빙성 부족

  • 실제 방해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움

따라서 범죄 증명이 없어서 무죄입니다.

2) 명예훼손 — 공소기각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혀야 하는 범죄입니다(반의사불벌죄).

그런데 피해자 C씨는 재판 중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명예훼손 부분은 아예 심리할 필요 없이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판례의 의미 — “경쟁 갈등 상황에서 말 한마디가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판례는 사업 경쟁 상황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영업 방해”, “상대방 비방” 문제에 대해 중요한 기준을 보여줍니다.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전달자가 여러 명일 경우, 발언의 출처·내용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한다.

  • 경쟁업체와의 마찰에서 이루어지는 설명·권유는
    정당한 영업활동 범위 안에 있으면 업무방해가 아니다.

  • 명예훼손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철회하면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즉, 경쟁 상황에서 오가는 말들 중 일부 과장된 표현이나
전달 과정에서 왜곡된 내용만으로는 업무방해·명예훼손이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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