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서울 도봉구의 한 성인용 PC방.
운영자 A씨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년 동안 ‘D컴퓨터전화방’을 운영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손님들이 컴퓨터로 영상을 검색하고 감상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 중 일부 파일의 제목이 ‘아름다운 여.고.생’, ‘귀여운 애가 노숙자들과…’ 같은 형태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은 이 영상을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즉 ‘아청물’로 규정하고,
A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의 주장
검찰은 피고인이 교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손님들에게 상영하게 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배포·전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 속 인물들이 교복 차림이며 외모가 어려 보이고, 제목에도 ‘여고생’, ‘귀여운 애’라는 표현이 있어 일반인이 봐도 미성년자로 인식될 수 있다.”
피고인의 항변
A씨는 “영상 속 인물들은 실제로 모두 성인 배우들”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또한, “손님들이 각자 스스로 영상을 선택해서 본 것이고, 나는 그 내용이 아청물인지 몰랐다”고 항변했습니다.
“성인용 사이트에서 유통된 파일을 그냥 띄워준 것뿐이지, 아동이 등장하는 영상은 단 한 편도 없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① 교복을 입었다고 모두 아청물은 아니다
법원은 구(舊) 아청법의 입법 취지를 검토하며,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외모가 다소 어려 보인다는 사정만으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법원은 특히 2012년 법 개정 당시, ‘명백하게’라는 단어가 새로 추가된 점을 근거로 들며, 이 조항은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성인 배우가 교복을 입은 영상까지 처벌하는 일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습니다.
② 등장인물, 실제로 성인 배우
재판부는 증거로 제출된 스틸사진을 분석한 결과,
등장 인물들의 신체 발육 상태나 영상의 제작 환경을 볼 때 성인 배우가 학생을 연기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한, 영상의 출처가 모두 성인물 유통 사이트였으며, 제작 경위나 인물 신원에 대한 추가 정보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③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법원은 “형벌법규는 엄격히 해석되어야 한다”며,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조항을 확장·유추 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에 명시되지 않은 행위를 자의적으로 처벌한다면, 이는 국가형벌권의 남용에 해당한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교복 차림의 성인 배우가 등장하는 영상’과 ‘실제 미성년자 음란물’의 법적 구분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표현물이 다소 자극적이라 하더라도, 실존 아동의 성적 착취와는 구별되어야 한다”며,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을 경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