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매수 혐의, 증언이 흔들리면 유죄도 무너진다

공범의 진술만으로 기소된 필로폰 매수 사건. 하지만 진술은 흔들렸고, 증거는 없었다. 법원은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Oct 30, 2025
필로폰 매수 혐의, 증언이 흔들리면 유죄도 무너진다

1. 또다시 법정에 선 남자

A씨는 이미 마약 전력이 있었습니다.
2016년과 2019년, 각각 필로폰 투약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친 뒤였습니다.
그런 그가 2020년 다시 법정에 섰습니다.

검찰은 A씨가 2018년 9월 또는 10월 초,
안산시 상록구에서 필로폰 0.7g이 든 주사기를 판매상 B에게 25만 원을 주고 샀다고 주장했습니다.


2. 검찰의 주장 — “B의 진술이 있다”

검찰의 주된 근거는 판매상 B의 경찰 진술이었습니다.

“2018년 9월 초, A에게 필로폰을 팔았습니다.
그때 C가 함께 있었고, 직접 봤습니다.”

검찰은 또, B가 같은 해 10월 3일 인근 기지국에서 통화한 내역이 있다며
“그 일시와 장소가 공소사실과 일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3. 피고인의 반박 — “그런 일 없습니다”

A씨는 단호히 부인했습니다.

“그런 거래는 없었습니다.
마약을 구입했다면 왜 그해 4월에 실시된 검사에서 아무 반응도 없었겠습니까?”

A씨는 2019년 4월 2일,
보호관찰소의 정기검사에서 소변·모발·음모 검사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는 “필로폰 투약이나 매수 흔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4. 법정에서 무너진 증거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근거는 하나씩 무너졌습니다.

① 핵심 증인 B — “기억이 안 납니다”

B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왔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만 반복했습니다.
그는 이미 다른 사건으로 위증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잘 안 납니다.”

법원은 그의 진술이 신빙성을 잃었다고 판단했습니다.

② B의 진술과 일시 불일치

B는 경찰 조사에서 “9월 초에 팔았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공소장에 “10월 초순”이라 적었습니다.
그러나 C는 10월 초순에 이미 구속된 상태였습니다.
즉, “C가 함께 있었다”는 진술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③ 목격자 C — “마약 거래 본 적 없다”

법정에서 C는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A씨와 B를 본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마약을 주고받는 건 보지 못했습니다.”

그의 진술은 B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되었습니다.

④ 기지국 기록, 단 하루뿐

B의 휴대전화 기지국 기록을 분석한 결과,
9월 초부터 11월 초까지 안산시 일대에서 통화한 기록은 10월 3일 단 하루뿐이었습니다.
검찰이 주장한 ‘여러 차례 거래’와는 어긋났습니다.

⑤ 필로폰 반응, 전혀 검출되지 않음

피고인은 수차례 투약 전력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된 소변·모발·음모 검사 모두 음성이었습니다.
법원은 “실제 필로폰을 투약하거나 매수했다면
이렇게 완전히 음성으로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5. 결정적 단서 — 접견 녹음 내용

B과 C가 2018년 10월 수원구치소 접견실에서 나눈 대화 녹음이
피고인의 주장과 일치했습니다.
그들은 “A는 돈도 없고, 그 일(거래)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보았습니다.


6. 법원의 결론 — “범죄의 증명이 없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형사1단독(최두호 판사)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을 근거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증인 B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목격자 C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검사의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필로폰 매수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A씨가 음성 판정을 받은 점과 접견 녹음 내용까지 종합할 때,
“범죄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7. 판결의 의미 — “진술의 일관성이 무죄를 가른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증언과 불일치한 진술
형사사건의 결론을 뒤집은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법원은 “마약 사건이라 하더라도 객관적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진술만으로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의심은 가능하나, 확신할 수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Sha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