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2020년 1월, 피고인 A씨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음란물 링크를 클릭했습니다.
그는 해당 링크를 통해 ‘E메일 클라우드 계정’으로 연결되었고, 클릭한 즉시 210개의 영상 파일이 자동으로 계정에 저장되었습니다.
이 파일들 중 일부에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이하 아청물)’로 보이는 영상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수사기관은 이를 근거로 A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소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의 주장
검찰은 A씨가 파일이 아청물임을 인식하고도 그대로 보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은 파일의 제목을 통해 아동·청소년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일부 영상을 시청한 점으로 보아 명백히 소지 의사가 있었다.”
또한, A씨가 파일을 즉시 삭제하지 않고 일정 기간 보관했다는 점에서
“계속적인 소지의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의 항변
A씨는 “그냥 일반 성인물이겠거니 하고 클릭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해당 링크를 누르면 자동으로 파일이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시스템이라
일부만 보고 바로 삭제했습니다.
저는 영상의 내용을 미리 알 수 없었고, 저장하려는 의도도 없었습니다.”
또한, A씨는 파일을 직접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다운로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송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① “자동 저장은 ‘소지’가 아니다”
법원은 ‘소지’의 법적 개념을 명확히 했습니다.
즉, 아청물 소지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① 파일의 존재와 내용을 인식하고,
② 지배·관리할 의사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피고인이 링크를 클릭한 행위만으로는
그 내용이 아청물임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자동 저장된 파일을 지배·관리할 의사도 인정하기 어렵다.”
법원은 A씨의 행위가 단순한 접근 또는 일회적 시청에 불과하며,
이런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은 법이 정한 ‘소지’ 개념을 넘어선다고 판단했습니다.
② “고의성 입증 불가”
법원은 A씨가 일부 영상을 시청한 것은 인정했지만,
그 자체만으로 ‘소지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링크의 제목이나 파일명만으로는
영상의 내용이 아청물임을 명확히 알 수 없었고,
A씨가 링크 클릭 시점에 이를 인식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③ “단순 시청은 처벌 대상이 아님”
법원은 당시 적용된 구 아청법(개정 전 법률) 조항을 근거로,
‘소지’만 처벌 조항이 존재했으며 ‘단순 시청’은 처벌 규정이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법 개정 전에는 아청물의 단순 시청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었고,
피고인의 행위는 단순 시청과 자동 저장에 불과하다.”
결론
“자동 저장된 파일을 삭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그 파일을 소지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사건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디지털 환경에서 ‘소지’의 범위를 엄격히 해석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형사처벌은 명확한 고의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며,
자동 저장이나 단순 시청은 ‘소지’의 본질인 지배·관리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이후 아청물 사건에서 ‘자동저장과 소지의 구별 기준’을 제시한 중요한 참고 판례로 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