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에서 필로폰 검출됐는데 무죄? 정황증거의 한계

과거 전력이나 가족의 추측만으로는 마약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
Oct 30, 2025
모발에서 필로폰 검출됐는데 무죄? 정황증거의 한계

1. 10년 전 기억이 부른 신고

2021년 2월 19일 오후, 용인시의 한 주택.
피고인 A씨의 딸은 경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빠가 예전 마약전과가 있는데, 요즘 상태가 이상해요. 계속 소리를 지릅니다.”

딸은 아버지가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예전 ‘마약을 하던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그녀는 어머니, 즉 A씨의 전처 C에게 전화를 걸었고,
C는 “10년 전 필로폰을 흡입하던 모습과 비슷하다”며 경찰 신고를 권했습니다.


2. 경찰의 수색과 체포

경찰은 즉시 A씨의 집으로 출동했습니다.
A씨는 경찰의 요청에 “소변검사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부엌 쪽문으로 나가 버렸습니다.
결국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2월 27일 피고인의 주거를 수색했습니다.

그곳에서 호일, 라이터, 볼펜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나 호일과 소변 모두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A씨의 모발에서만 필로폰 성분이 미량 검출되었습니다.


3. 검찰의 주장 — “필로폰을 피운 흔적이 있다”

검찰은 전처 C의 진술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필리핀에서 살던 시절, 피고인이 볼펜에 필로폰을 넣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그 연기를 흡입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피고인 방 커튼 뒤에서 그런 흔적을 봤습니다.”

또한 C는 “방을 청소하다가 호일과 볼펜이 놓여 있었고,
그 형태가 과거 필로폰 흡입 기구와 비슷했다”고 진술했습니다.


4. 피고인의 반박 — “술만 마셨을 뿐입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부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그날 술에 취해 전처와 딸에게 화를 냈던 건 맞지만, 마약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10년 전 마약 사건으로 처벌받은 이후
해외 체류 중에도 마약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5. 법원의 판단 — “정황만으로는 부족하다”

① 증인의 진술은 정황에 불과

재판부는 전처 C의 진술이
‘과거의 경험에 따른 추측’ 수준에 그친다고 판단했습니다.

“C는 당시 필로폰을 투약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진술했다.
단지 피고인의 행동이 과거와 비슷했다는 이유로 의심했을 뿐이다.”

② 모발검사는 투약시점 확인 불가

모발에서 필로폰이 검출된 사실은 인정되었지만,
그것이 언제, 어떤 경로로 들어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전 해외 체류 중의 흔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③ 다른 증거 일체 없음

  • 호일, 라이터, 볼펜 등에서는 필로폰 성분 불검출

  • 소변검사도 음성 반응
    결국 피고인의 투약을 직접 입증할 객관적 증거는 없었습니다.


6. 결론 — “범죄의 증명이 없다”

“피고인이 2021년 2월 19일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


7. 판결의 의미 — “의심은 증거가 될 수 없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정황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형사재판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사례입니다.

법원은 과거 전력이나 가족의 추측만으로는
새로운 범죄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모발에서 필로폰이 검출되었다 해도,
구체적 투약 시점과 장소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형사상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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