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2021년부터 2022년까지,
A씨(피고인)는 전 연인 B씨에게 집착했습니다.
B씨가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명시적으로 말한 뒤에도,
A씨는 전화,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냈습니다.
또한 B씨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법원의 잠정조치 명령까지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B씨에게 연락을 지속했습니다.
법원은 1심에서 A씨에게 징역 10개월과 이수명령을 선고했으나,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했습니다.
검찰과 피고인의 쟁점
항소심에서는 두 가지 쟁점이 부각됐습니다.
부재중 전화와 무음 통화가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는가
카카오톡 ‘상태메시지’ 작성이 스토킹 행위에 포함되는가
검찰은 1심이 이 두 가지를 무죄로 본 점을 문제 삼으며,
“둘 다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주는 명백한 스토킹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A씨는 형량이 과하다고 항변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부재중 전화·무음 통화 부분은 유죄,
카카오톡 상태메시지 부분은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① 부재중 전화·무음 통화 = 유죄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피고인이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표시를 남긴 행위는,
실제 통화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자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다.”
즉, 부재중 전화 자체가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는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도12037 판결을 인용한 것으로,
“통화 연결이 안 돼도 벨소리나 표시가 남는다면
상대방에게 ‘음향·부호’를 도달하게 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A씨가 잠정조치를 위반한 채 이 같은 행위를 반복한 점도
‘스토킹범죄 및 잠정조치 불이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② 카카오톡 상태메시지 = 무죄
A씨는 자신의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상태메시지’에
B씨를 향한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검찰은 이를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글을 도달하게 한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보았습니다.
“피고인의 상태메시지를 피해자가 직접 클릭해 열어봐야만 내용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도달하게 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
즉, 단순히 메시지를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스토킹 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형량 및 조치
법원은 1심을 파기하고 다음과 같이 선고했습니다.
보복폭행 등 일부 혐의: 벌금 3,000만 원
상해 및 스토킹 등 혐의: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명령 및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형을 다소 감경했습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부재중 전화’와 ‘무음 통화’도 스토킹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상급심 판단입니다.
또한, ‘상태메시지’처럼 피해자가 직접 접근해야 볼 수 있는 행위는 스토킹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적 기준도 제시했습니다.
즉, 스토킹 범죄 판단 기준이
‘메시지 전송 여부’보다 ‘피해자의 불안감 유발 여부’에 있음을 분명히 한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