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 논란, 단순 접촉사고로 결론… 법원 “고의 입증 안 돼 무죄”

급차선 변경 차량과의 충돌로 보복운전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교통법규 위반은 있었지만 상대방을 해치려는 의도는 없었다”
Oct 21, 2025
보복운전 논란, 단순 접촉사고로 결론… 법원 “고의 입증 안 돼 무죄”

사건 개요

퇴근 시간이 한창이던 2016년 4월의 어느 저녁,


성남 외곽순환도로 위를 달리던 그랜드 스타렉스 운전자 A씨(피고인)
3차로를 따라 정상 주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앞쪽에서 스포티지 SUV(피해자)
속도를 급히 줄이더니 흰색 실선을 넘어 갑자기 끼어들었습니다.


A씨는 깜짝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피해자는 미안한 듯 비상등을 켜고 그대로 지나갔습니다.

A씨는 사고를 피한 후 천천히 속도를 높여
앞차를 추월하듯 오른쪽으로 차선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두 차량이 살짝 부딪히는 접촉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즉시 경찰에 신고하며 “보복운전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A씨가 “화를 참지 못해 자동차를 이용해 피해자를 들이받았다”
특수폭행 및 특수재물손괴죄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의 주장: “급하게 끼어들어 일부러 부딪혔다”

검찰은 A씨가 피해 차량의 갑작스러운 끼어들기에 격분해,
일부러 앞질러 피해 차량 앞을 막고 급하게 끼어들며 들이받았다고 보았습니다.

즉,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한 폭행행위(특수폭행)”이며,
피해 차량의 펜더가 찌그러진 점을 들어 재물손괴까지 인정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피고인의 주장: “충돌은 의도치 않은 사고였습니다”

A씨는 재판 내내 일관되게 부인했습니다.

“저는 그 차가 급하게 끼어드는 바람에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뿐입니다.
비상등을 켜길래 ‘사과한 거겠지’ 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앞을 추월할 때 서로 속도가 맞지 않아 스쳤을 뿐,
일부러 들이받은 적은 없습니다.”

A씨는 사고 직후에도 피해자에게 욕설이나 항의조차 하지 않았고,
그냥 현장을 정리하고 이동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보복운전으로 보기 어렵다”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규를 위반하긴 했지만, 보복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피해 차량의 ‘급차선 변경’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었다

피해자는 속도를 급히 줄이며 안전지대를 넘어 차선을 변경했고,
피고인은 이를 피하려다 급제동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차량의 진로 변경 자체가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② 피고인의 차선 변경은 ‘추월 과정의 사고’로 볼 여지 충분

피고인은 이후 천천히 속도를 높여 피해자를 앞질렀습니다.
그런데 피해자의 차량이 가속하자
피고인의 차량 속도가 충분히 붙지 않아 옆면이 닿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법원은 이를 “통상적인 교통사고의 한 형태일 뿐, 보복운전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③ 고의성 입증 불가능

검찰은 피고인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꾼 점을 문제 삼았지만,
법원은 “그 자체가 부주의일 수는 있어도,
상대방을 해하려는 의도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④ 사고 후의 태도 역시 평정했다

피고인은 사고 직후에도 욕설·시비 없이 침착하게 대처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고의로 충돌했다면 기대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며
‘분노의 운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교통법규 위반은 있었지만, 폭행은 아니었다”

결국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의 부주의로 인한 접촉사고일 수는 있으나,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차량을 손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사건의 의미: ‘보복운전’은 감정이 아니라 ‘의도’로 판단된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단순한 차선 다툼이 보복운전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법원은 명확히 말합니다.

“감정이 아니라, 상대를 해치려는 의도가 입증되어야만 보복운전으로 처벌된다.”

즉, 실수와 고의의 경계선을 구체적 정황과 영상, 진술로 세밀히 따져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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