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알선 혐의, 알고 보니 사채 소개 — 법원이 무죄 선고

사채를 연결해줬을 뿐인데 마약 알선 혐의로 기소된 남자. 법원은 “의심만으로는 유죄라 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Oct 30, 2025
필로폰 알선 혐의, 알고 보니 사채 소개 — 법원이 무죄 선고

1. 부산의 밤, 그리고 오해의 시작

2019년 2월 어느 날, 피고인 A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지인 B가 다급하게 부탁했습니다.

“형, 아는 사람 좀 소개해줘요. 급히 돈이 필요해요.”

A씨는 평소 사채업을 하던 C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B를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C에게 연락했습니다.

“C 형, 내 동생이 돈이 급하대요. 좀 도와줄 수 있을까요?”

며칠 뒤, A씨의 연락으로 B와 C는 부산의 한 도로변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경찰은 이 만남을 ‘필로폰 거래 알선’으로 봤습니다.


2. 검찰의 주장 — “A씨는 마약 거래를 알선했다”

검찰은 A씨가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필로폰) 매매를 알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2019년 2월 6일, B로부터 ‘필로폰을 사고 싶다’는 부탁을 받고,
판매상 C에게 연락해 ‘내 동생이 약을 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결국 B와 C가 부산에서 만나 35만 원에 0.7g의 필로폰을 거래했다.”

즉, A씨는 B와 C를 연결해준 ‘마약 알선자’라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었습니다.


3. 피고인의 반박 — “나는 단지 돈을 빌려주려 한 것뿐”

A씨의 주장은 단호했습니다.

“B가 돈이 급하다고 해서, 사채업자 C를 소개해준 거예요.
마약 이야기는 한 적도 없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사채를 빌려주려던 것”이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했습니다.
그는 “B와 C가 실제로 돈을 빌리지 못하고 헤어졌다는 점이 그 증거”라고 강조했습니다.


4. 법정에서 드러난 진실

① 피해자 B의 진술

B는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A의 소개로 사채를 빌리러 부산에 갔습니다.
공증서류 문제로 결국 돈을 빌리지 못했어요.”

즉, 마약 매수 자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② 판매상 C의 진술

C는 수사 초기에는 “A의 소개로 남자에게 필로폰을 팔았다”고 말했지만,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이렇게 말을 바꿨습니다.

“2019년 2월쯤 부산에서 남자를 만난 건 맞지만,
사채를 빌려주려던 건지, 마약을 팔려던 건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또한 C는 “그 당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라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법원은 C가 수사에 협조해 형량을 줄이기 위한 허위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5. 법원의 판단 —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1단독(이도행 판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증거의 불충분

“C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B는 돈을 빌리러 갔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마약 거래를 알선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의 일관된 부인

“A씨는 수사 초기부터 재판까지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이는 신빙성이 높다.”

대질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음

C는 B와의 대질조사를 거부했고,
두 사람의 진술이 서로 달라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을 근거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으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6. 판결의 의미 — “의심만으로는 유죄라 할 수 없다”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의심은 있지만 증거가 불충분할 때는 무죄’라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입니다.

법원은 “C의 모호한 진술과 일관된 피고인의 부인 진술”을 비교하며,
“의심만으로 사람을 처벌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채를 빌려주려 한 것인지, 마약을 알선한 것인지
명확히 구별할 증거가 없다면, 그 판단은 무죄로 귀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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