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옮겼다” 확인하려 찾아간 전 연인… 법원 “정당한 이유 있어 스토킹 아냐”

전 연인이 HPV 감염 이유를 묻기 위해 피해자 주거지 2회 방문한 남성, 검찰은 스토킹으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치료비 요구 등 정당한 이유… 반복성 부족”이라며 무죄 판결.
Oct 24, 2025
“병 옮겼다” 확인하려 찾아간 전 연인… 법원 “정당한 이유 있어 스토킹 아냐”

사건의 배경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
남성 B씨는 엘리베이터 앞 복도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에 놀랐습니다.
그는 고개를 들자, 몇 달 전 연인 관계였던 A씨(피고인)가 서 있었습니다.

A씨는 “왜 나를 피하냐”며 격앙된 표정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20일 뒤, 밤 10시 11분경, A씨는 다시 같은 장소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이번에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피해자를 기다렸고, 결국 또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검찰의 주장

검찰은 A씨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두 차례 접근한 행위
‘주거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로 보고,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A씨가 단순히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피해자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기 위해 반복적으로 찾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의 주장

A씨는 법정에서 “스토킹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항변했습니다.

“피해자와 저는 연인 관계였고,
성관계 이후 제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되었습니다.
피해자에게 병을 옮긴 이유를 물어야 했습니다.”

그는 피해자가 연락을 차단하고 대화에 응하지 않자,
치료비와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직접 찾아갔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문은 정당한 이유에 따른 것으로,
지속적·반복적 스토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① ‘정당한 이유’ 인정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찾아간 이유를 구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 두 사람은 2021년 7월경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서 만나
    약 4개월간 교제하며 총 4회 성관계를 가졌음.

  • A씨는 이후 성기 사마귀(곤지름) 진단을 받았고, 그 사실을 피해자에게 알림.

  • 피해자는 초기에 미안한 태도를 보이며 위로했으나, 이후 연락을 차단함.

  • A씨는 이후 카카오톡 계정 차단 및 전화 부재 중 상태에서도
    피해자에게 치료비 보상을 요구하고자 방문.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인의 방문은 성병 감염의 원인과 치료비 문제를 직접 확인하려는 목적이었고,
피해자가 연락을 차단한 상황에서 의사를 전달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
고 밝혔습니다.

즉, 단순한 감정적 집착이 아닌 현실적 사유에 근거한 행위로 본 것입니다.

② ‘지속적 또는 반복적’ 요건 불충족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려면
행위가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A씨는 2022년 4월 6일과 4월 26일 단 두 차례 피해자를 찾았습니다.
두 번 모두 20일 간격으로 일어난 일이었으며,
그 외의 추가 접근은 없었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두 번의 방문만으로는 지속적·반복적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
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스토킹 범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지 부근을 방문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 이유가 정당했고, 반복적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건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스토킹 범죄의 정당한 이유’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례입니다.

법원은 “단순히 피해자가 불쾌했거나 연락을 원치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접근이 스토킹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고인의 동기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현실적·객관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접근은 스토킹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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