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약을 탔을 수도? 필로폰 사건의 반전 판결

보호관찰 중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술에 약을 섞었을 가능성과 고의성 부재가 결정적이었다.
Oct 30, 2025
술에 약을 탔을 수도? 필로폰 사건의 반전 판결

1. 보호관찰 중 나온 ‘양성 반응’

2016년 가을, 충남의 한 술집을 운영하던 피고인 A씨는 보호관찰소의 정기 소변검사 통보를 받았습니다.
A씨는 몇 달 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보호관찰과 약물치료 강의를 이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 그의 소변에서 필로폰(메트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이에 검찰은 “A씨가 보호관찰 중 다시 필로폰을 투약했다”며 그를 다시 기소했습니다.


2. 피고인의 항변 — “술에 약을 탔을지도 모른다”

A씨는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저는 다시 마약을 한 적이 없습니다.
동생의 친구가 술에 마약을 넣은 것 같습니다.”

그의 진술은 구체적이었습니다.
그는 자택과 자신이 운영하는 술집, 그리고 인근 다방 등에서
술자리 중 누군가가 마약을 탄 것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과거 마약사건에서 스스로 수사기관에 자수했고,
공범 수사에 적극 협조해 감형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다시 투약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3. 모발에서도 검출… 그러나 결정적 증거는 아니었다

소변검사 5주 뒤, 검찰은 A씨의 모발감정을 의뢰했습니다.
검사 결과, 머리카락 중 1cm~7cm 구간에서만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었고,
그 외의 구간(1cm 이하 및 7~12cm 구간)에서는 음성이 나왔습니다.

이는 최근 투약 가능성은 있으나, 정확한 시점은 특정하기 어렵다는 뜻이었습니다.


4. 법원의 판단 —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기본 원칙을 짚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되려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
의심이 남는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후 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었습니다.

① 피고인의 일관된 부인

A씨는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필로폰을 투약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했습니다.

② 마약을 강제로 투여당했을 가능성

A씨는 “동생의 친구가 술에 약을 넣은 것 같다”고 진술했는데,
그 친구는 과거 A씨의 진술로 마약사건에 연루되어 처벌받은 사람이었습니다.
법원은 “그가 보복 목적으로 마약을 섞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③ 이전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

보호관찰소는 이 사건 전 A씨를 검사했을 때는 음성반응이 나왔습니다.
즉, 사건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재투약 정황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④ 투약 도구·입수 경위 불명

A씨가 필로폰을 입수한 경로나 사용 도구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단지 “소변과 모발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기소했지만,
그 이상의 물증은 없었습니다.


5. 법원의 결론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따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필로폰을 알면서 투약했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없다.
다른 경로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투약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마약사건에서 자주 간과되는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원칙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법원은 “마약 투약이 입증되려면 고의성이 반드시 입증돼야 한다”며,
단순한 양성 반응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마약 사건이라도 증거와 논리가 명확하지 않다면
그 누구도 범죄자로 단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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