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배경 — 또다시 법정에 선 사람
A씨는 10차례나 마약 전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2011년 11월 형기를 마친 지 두 달도 안 돼,
그는 또다시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1월 2일 오후 2시 30분,
대구의 한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지인 E의 손가방에 있던 필로폰 0.02g을 꺼내 주사기에 녹여
자신의 팔에 주사했다는 것입니다.
2. 검찰의 핵심 증거 — ‘F의 진술’
검찰은 A씨의 투약을 입증할 유일한 증거로
당시 함께 있었다는 F의 진술을 제시했습니다.
“피고인은 E의 손가방에서 필로폰을 꺼내 주사기로 물에 녹여 스스로 투약했습니다.”
F는 검찰에서 네 차례 조사(대질 2회 포함)를 받으며
같은 진술을 반복했습니다.
3. 피고인의 주장 — “그런 손가방은 없었다”
A씨는 경찰 조사 초기부터 줄곧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그런 손가방은 차에 없었습니다. 나는 필로폰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필로폰을 꺼냈다는 손가방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이 손가방이 실제로 있었는지가 재판의 쟁점이 됐습니다.
4. 법정에서 드러난 증언의 붕괴
① F의 진술 번복
F는 검찰 조사에서는 “손가방이 대시보드 안에 있었다”고 했지만,
법정에서는 말을 바꿨습니다.
“대시보드 안에 손가방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냥 비닐봉지 안에서 꺼내 투약한 것 같습니다.”
그는 “수사기관에서 잘못 진술했다”고 말했습니다.
② 다른 증인의 진술 — “손가방은 없었다”
F와 함께 있던 E는 법정에서
“면회를 가야 해서 신분증이 필요했으므로
손가방을 차에 두지 않고 가지고 나갔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진술은 피고인의 주장과 일치했습니다.
③ 세부 내용도 일관되지 않음
F는 주사기의 출처, 투약을 본 시점,
차 밖으로 나온 타이밍 등에 대해서도
수사기관 진술과 법정 진술이 달랐습니다.
더구나 F는 당시 자신도 마약 사건으로 구속 중이었고,
검찰에 협조해 선처를 얻으려는 이해관계가 있었습니다.
④ 과학적 증거도 ‘0’
피고인의 모발과 소변검사 모두 음성 반응이었습니다.
필로폰 성분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5. 법원의 판단 — “이례적인 투약 상황, 믿기 어렵다”
법원은 F의 진술이 신빙성을 잃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오후 시간대,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주차장 차량 안에서 필로폰을 주사기로 투약했다는 것은
마약 투약 범죄의 은밀성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또한, F의 진술 번복과 모순된 진술 경위를 고려하면
선뜻 믿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6. 판결의 의미 — “진술 하나로는 유죄를 만들 수 없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증언의 일관성’과 ‘과학적 증거의 부재’가
무죄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된 사례입니다.
법원은 명확히 밝혔습니다.
“공범의 진술만으로는 범죄를 단정할 수 없다.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결국, 진술의 불안정함이 피고인을 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