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동네 식당을 운영하던 사장 A씨 앞에 어느 날 한 손님이 나타났습니다. 이 손님(피고인)은 평소에도 이 일대에서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알려져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날 오후, 피고인은 식당에 들어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동네에 엄청 큰 개가 있는데 물릴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
그러면서 들고 있던 가방에서 각목(나무 몽둥이)을 꺼내 보였다가 다시 넣는 행동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이어서 이런 말도 했다고 합니다.
“방송국에 다 찍어서 보냈다.”
“여기서는 더 이상 장사하기 힘들 테니 다른 가게 알아봐라.”
식당 사장은 순간 불안해져서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고 112에 신고했습니다.
검찰은 이 행동을 두고,
협박죄
업무방해죄(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가 된다고 보고 피고인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업무방해죄 부분은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2. 사건의 쟁점
이 사건에서 핵심이 된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피고인의 행동이 식당 영업을 ‘위력’으로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피고인에게 “장사를 못 하게 해야겠다”는 업무방해의 고의가 있었는가?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은 단순히 기분 나쁜 말이나 불편을 준 수준을 넘어,
상대방이 자유롭게 영업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려움을 느끼거나 눌려 버릴 만큼의 힘을 말합니다.
또한 형사처벌을 하려면,
피고인이 일부러 영업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도(고의)와
실제로 그 정도의 위력 행사가 있었는지를
증거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검찰은,
각목을 꺼내 보인 점
“여기서 장사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한 점
을 근거로 손님과 사장을 겁주어 영업을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대로 피고인 측은,
큰 개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평소에 개를 피하려고 각목을 들고 다닌다”는 취지로 보여준 것일 뿐,
사장을 겁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1) 실제 행동 모습 – CCTV 영상이 말해 준 것
재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식당 내부 CCTV 영상이었습니다.
판결문에 정리된 CCTV 내용에 따르면, 피고인은 식당에 들어와 약 3분 정도만 머물렀고, 그 시간 동안의 행동은 다음과 같은 흐름이었습니다.
계산대 앞에 서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가방에서 각목을 꺼내 보였다가 다시 넣고
식당 내부를 둘러보며 잠깐 움직이다가
별다른 소란 없이 식당을 나감
영상 어디에서도,
각목을 휘두르거나
사장이나 손님을 향해 손을 들며 위협하는 장면
고함을 치며 난동을 피우는 모습
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인 사장 역시 법정에서,
피고인이 약 3분 정도 머무는 동안 큰 소란을 피우지는 않았고,
각목을 꺼내 보이긴 했지만 자신을 향해 휘두르지는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2) 피고인의 상태 – 정신질환과 말·행동의 분위기
이 피고인은 양극성 정동장애, 망상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사건 당시에도 이런 증상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전날부터 이 사람이 정상인과 다르다고 느꼈고,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영상을 찍고 신고했다.”
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법원은 이 점도 중요하게 봤습니다.
즉, 피해자도 피고인을 ‘의도적으로 장사를 망치려는 사람’이라기보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고, 피고인이 웃으면서 이야기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영업을 중단시키거나 장사를 못 하게 할 목적으로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3)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위력인가?”에 대한 결론
정리하면,
각목을 꺼내 보인 것은 사실이나
CCTV와 진술을 종합해 볼 때
휘두르거나 던진 적이 없고
사장이나 손님을 직접 겨냥해 위협한 행동도 없고
고성·난동으로 식당 분위기를 완전히 깨뜨린 것도 아니며
피고인의 정신 상태, 말투와 행동 양상을 고려하면
→ 사장의 영업 자유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업무방해의 고의가 증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며 업무방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참고로, 협박죄 부분은 피해자가 나중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탓에, 반의사불벌죄 규정에 따라 형식적으로는 ‘공소기각’으로 정리되었습니다.)
4. 사건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1) “기분 나쁜 말 + 이상한 행동”이 곧바로 업무방해는 아니다
이 사건은 식당·술집·가게 등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업무방해죄의 범위를 다시 한 번 보여줍니다.
불편하고, 무섭고, 기분이 나빴다고 해서
항상 형사처벌 수준의 업무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는 점입니다.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영업을 방해하려는 의도(고의)가 어느 정도 인정되고
상대방의 자유로운 영업을 위축시키거나 사실상 어렵게 만들 정도의 위력이 행사되었으며
이런 점이 영상·진술 등으로 분명하게 증명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각목을 한 번도 휘두르지 않았고
식당에 머문 시간도 약 3분에 불과했으며
사장도 “소란을 크게 피우지는 않았다”고 진술했고
피고인이 정신질환으로 인해 현실 인식이 왜곡된 상태였다는 점 때문에
→ “업무방해죄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 것입니다.
2) CCTV와 주변 정황이 결론을 가른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CCTV의 힘입니다.
피해자가 느낀 불안감,
피고인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 결국 영상과 구체적인 정황이 최종 판단의 핵심 자료가 되었습니다.
같은 “각목을 꺼냈다”는 말도,
CCTV에서 위협적인 자세로 휘두르며 욕설하는 모습이 잡혔다면
→ 업무방해·협박이 인정될 가능성이 훨씬 커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영상상 조용히 꺼내 보였다가 넣는 정도에 그쳤고,
그 바람에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라는 기준에는 못 미친다는 결론이 나온 것입니다.
3) 정신질환이 평가에 영향을 주는 방식
피고인이 양극성 정동장애·망상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사정도,
“영업을 방해하려는 뚜렷한 의도가 있었는지”
“행위 전체가 현실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지”
를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서 책임이 무조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처럼 행위 자체가 애매한 경우에는,
피고인이 실제로 무엇을 의도했는지
그가 한 말과 행동을 어느 정도로 위협적으로 평가해야 하는지
를 판단할 때 피고인의 정신 상태가 함께 고려됩니다.
5. 한 줄 요약
각목을 꺼내 보이며 “장사 힘들 것”이라고 말했더라도,
휘두르거나 난동을 피우지 않았고,
영업을 제압할 만큼의 위력과 명확한 방해 의도가 증명되지 않으면
→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