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피고인 A씨(여, 60대)는 피해자 B씨(여, 70세)의 올케였습니다.
A씨는 “20년 전부터 B씨가 남편에게 돈을 빌려갔다”고 믿었고,
그 돈을 돌려받기 위해 여러 차례 B씨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2022년 3월 오후, A씨는 B씨가 거주하는 대구의 한 아파트로 향했습니다.
공동현관문이 열리는 틈을 타 건물 안으로 들어간 A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B씨의 집 앞으로 올라갔습니다.
사건의 전개
A씨는 피해자가 귀가하자 뒤따라 들어가려다 제지를 당했고,
순간적으로 손에 든 가방으로 B씨의 머리를 2~3차례 때렸습니다.
피해자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검찰은 A씨를 주거침입죄와 폭행죄,
그리고 과거 여러 차례 B씨의 집에 찾아간 행위를 근거로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스토킹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① 주거침입·폭행: 유죄 인정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과 CCTV 영상을 근거로
A씨의 주거침입 및 폭행 사실을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 현관 앞까지 따라 들어갔고,
피해자가 이를 막자 손가방으로 머리를 때렸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이전에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② 스토킹 혐의: “지속적·반복적 행위 증명 부족”
검찰은 A씨가 2022년 1월부터 3월까지
반복적으로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괴롭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두 차례 방문만으로는 스토킹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A씨가 2022년 1월 21일과 3월 5일 두 번 방문한 것은 인정되지만,
3월 3일과 3월 4일에도 찾아갔다는 증거는 없음.피해자의 경찰 진술은 불분명하고,
법정에서는 “연달아 온 것은 아니다. 며칠 있다가 또 왔다”고 증언함.CCTV나 목격자 진술 등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
따라서 재판부는 “공소사실만으로 지속적·반복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③ “공소 제기되지 않은 과거 방문까지 포함해 판단할 수 없다”
법원은 또 하나의 중요한 법리를 확인했습니다.
“과거 피고인이 여러 차례 피해자의 주거를 찾아간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행위까지 고려해 스토킹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형사재판에서 허용될 수 없다.”
즉, 검찰이 입증하지 않은 행위는 범죄 판단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판결 요약
주거침입죄·폭행죄 → 유죄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 무죄
재판부는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지속적으로 유발할 정도의
반복성과 의도성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건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가정 내 갈등에서 비롯된 일시적 방문과
스토킹 범죄의 법적 요건을 구분한 사례입니다.
법원은
“단순한 두 차례 방문만으로는
스토킹 행위의 ‘지속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스토킹 처벌의 핵심 요소가
‘반복성’과 ‘피해자의 불안감 유발’임을 명확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