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서울 관악구의 한 다가구주택.
이웃 간 갈등이 폭력적인 형태로 번졌습니다.
피고인 A씨(남)는 옆집에 사는 26세 여성 E씨와
그의 남자친구 F씨가 벽을 두고 “비아냥거리고 소음을 낸다”고 생각했습니다.
A씨는 그들에 대한 불만과 적개심을 키워가던 중
2022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결국 위험한 행동에 나섰습니다.
사건의 내용
A씨는 그날 밤 11시 30분경,
이웃집(E씨와 F씨의 집) 신발장 옆면 상단에 ‘X’자 형태로 벌린 가위(날 길이 약 8.5cm)를 꽂았습니다.
가위의 날은 위로 향해 있었고, 언뜻 보면 흉기처럼 보였습니다.
E씨는 그 장면을 보고 극도의 공포심을 느꼈습니다.
A씨는 “단순히 귀신이나 액운을 쫓기 위한 미신적 행동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웃을 위협하기 위한 특수협박 및 스토킹범죄”라고 판단했습니다.
공소 내용과 쟁점
검찰은 A씨를 다음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특수협박(형법 제283조 제1항)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제18조 제2항)
현주건조물방화미수 및 절도(무죄로 결론)
핵심 쟁점은
① A씨가 가위를 꽂은 행위가 협박에 해당하는지,
② 이 행위가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유발한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있는지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스토킹 재범예방강의 40시간 이수 명령을 내렸습니다.
또한 압수된 가위 1개를 몰수했습니다.
다만, 절도와 방화미수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① 협박의 고의 인정
법원은 A씨가 주장한 ‘액운 퇴치용’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가위를 ‘X’자로 벌려 날을 위로 향하게 붙여둔 행위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충분히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행위의 외형 자체가 협박의 의도를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피고인이 벽간소음 문제로 수차례 이웃과 다투고,
심야에 문을 두드리는 등 이전부터 갈등을 겪은 점도 고려됐습니다.
② 스토킹 행위 인정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스토킹 범죄의 구성요건에도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 등 부근에 물건을 두거나 훼손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행위로 규정합니다.
재판부는 A씨가
12월 22일 새벽 피해자 집 문을 두드리며 “나와라” 소리친 행위,
12월 24일 가위를 붙인 행위가 시간상 연속된 맥락에서 이루어졌다고 보고,
이 두 사건을 “지속적·반복적인 스토킹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심야에 여성의 주거지에 반복적으로 접근하고
흉기 형태의 물건을 부근에 설치한 것은
사회통념상 정당한 이유가 없는 명백한 스토킹행위다.”
③ 고의성 및 불안감 입증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일으킬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도 배척했습니다.
“피해자와의 관계, 반복적 접근 시도, 행위의 외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상대방이 공포를 느낄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즉, ‘불안감 유발의 결과’가 아니라 ‘행위 자체의 위험성’이 기준이었습니다.
배심원 평결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특수협박 및 스토킹 혐의 인정: 배심원 7명 중 4명
절도·방화미수 혐의: 배심원 전원 무죄
양형 의견에서도 배심원 6명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권고했습니다.
결론 및 의미
석원재 변호사
결국 법원은
“이웃 간 갈등이 있었다 하더라도
흉기 형태의 물건을 상대방 주거 앞에 두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
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스토킹은 피해자에게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주거 부근에 물건을 두는 행위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