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1억4천 송금… 사기인가 아닌가? 법이 전세사기 혐의를 무죄로 본 이유

전세 계약할 때 “신탁은 금방 해제된다”는 말을 믿었지만, 법원은 이를 사기라고 보지 않았다. 왜 무죄가 내려졌는지 실제 계약 구조와 신탁 해제 과정을 중심으로 쉽게 설명한다
Nov 28, 2025
전세보증금 1억4천 송금… 사기인가 아닌가? 법이 전세사기 혐의를 무죄로 본 이유

1. 시작은 평범한 전세계약이었다

피고인 A는 사실상 회사를 운영하는 실질 경영자였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이미 45억 원 대출을 끼고 있었고,
해당 아파트는 신탁등기까지 설정된 상태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등기 구조가 꽤 복잡한 집이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의 회사 직원 I는 피해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잔금 내고 2~3일이면 신탁 해제되고, 5월 말까지는 소유권 이전됩니다.”

딱 듣기 좋아 보이는 말.
이렇게 피해자 B는 전세보증금 1억 4천만 원을 넣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전형적인 전세사기’의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하지만 결론은 의외였습니다.

→ 무죄

왜일까요?


2. 왜 이게 ‘사기’라고 단정되지 않았을까?

1) 계약서에 이미 신탁 사실이 명확하게 적혀 있었다

판결문(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 “이 아파트는 신탁 등기가 되어 있음”

  • “2019.5.30.까지 명의를 이전하기로 합의함”

즉, 피해자는 “신탁등기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약했습니다.

그러니 ‘신탁 사실을 숨긴 기망행위’라는 검찰 논리는 애초에 힘을 잃습니다.

2) 신탁 해제 약속이 ‘허위 단정’이 되지 않은 이유

피고인은 당시 자금 사정이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5월 말까지 신탁을 해제하겠다”고 약속했지요.

그런데 법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곧바로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의도, 즉 ‘처음부터 지킬 마음이 있었는가?’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결정적으로 밝혀진 사실:

→ 피고인은 실제로 신탁을 해냈습니다.

  • 2020.10.20. 신탁등기 말소 완료

  • 회사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 완료

  • 피해자에게 보증금도 모두 반환

  • 피해자는 실제로 고소 취하까지 함

사기였다면 나올 수 없는 결말입니다.

3) 보증금 반환 능력 “없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검찰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회사 자금 사정이 안 좋아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렇게 바라봤습니다.

  • 해당 부동산은 대출이 남아있긴 했지만 담보가치가 상당히 존재

  • 부채 규모만 보고 지급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음

  • 결국 피고인은 보증금을 전액 반환

즉, 법원은 “못 돌려줄 상황이었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3. 피해자 M 사건도 같은 결론 — 신탁 해제, 실제로 했다

두 번째 사건도 구조는 비슷했습니다.

  • 신탁등기 있는 아파트 “곧 말소된다”는 설명

  • 전세보증금 1억 4,500만 원 지급

검찰은 여기도 “사기”라고 주장했지만, 증거들은 오히려 피고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결정적 사실들

  • M도 계약서에 신탁 사실을 명확히 인지한 상태

  • 계약 후 피해자와 피고인 공동 명의로 신탁 회사에 확약서 제출

  • 신탁 회사도 임대차 계약을 공식 승인

  • 이후 실제로

    • 2020.4.13. 신탁등기 말소

    • 소유권 이전

    • 전세권 설정

    • 피해자 M 보증금도 정상 보호됨

즉, “말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약속을 지켰다.”

이는 사기죄에서 매우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4. 핵심 정리 — 사기죄는 ‘결과’가 아니라 ‘의도’로 판단한다

사기죄는 다음 세 가지가 모두 입증되어야만 성립합니다.

  1. 거짓말(기망행위)

  2. 그로 인한 처분행위

  3. 애초부터 속이려는 의도(편취의사)

이 사건에서는 이 세 가지가 모두 흔들렸습니다.

  • 신탁 사실을 숨긴 게 아니라 계약서에 분명히 적었고 피해자도 알았다.

  • 약속을 못 지킨 게 아니라 시간은 걸렸지만 결국 모두 지켰다.

  • 보증금 반환 능력도 실제로 보여줬다.

따라서:“애초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 무죄


판결의 의미 — “실패 가능성 있는 약속”은 사기와 다르다

석원재 변호사

이 판례는 전세사기 논의에서 중요한 기준을 남깁니다.

  • 계약서에 명확하게 위험요소(신탁, 근저당 등)가 기재되어 있고

  • 당사자가 이를 알고 체결했다면 “숨김”이나 “기망”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바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 나중에 실제로 이행했다면 초기 의도에서 사기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즉,
이 사건은 “전세사기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도
실제 내용과 의도를 세밀하게 따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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