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하이의 어느 밤
피고인 A씨는 출장 중 들른 중국 상하이의 주점 ‘B’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이름조차 모르는 중국인 몇 명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때, 낯선 남성이 다가와 술잔을 내밀었습니다.
“한 잔 같이 하시죠.”
A씨는 가볍게 건배를 하고 술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그 술에는 엑스터시(엠디엠에이) 와 대마 성분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2. 검찰의 공소 내용
검찰은 A씨가 향정신성의약품(엑스터시) 와 대마를 동시에 섭취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은 중국 상하이의 술집에서
불상(不詳)의 중국인으로부터 마약 성분이 들어간 술을 건네받아 마셨다.
이로써 대마를 섭취하고 엑스터시를 투약하였다.”
즉, A씨가 마약이 든 술임을 알면서도 마셨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입니다.
3. 피고인의 항변 — “그냥 술 두 잔 마셨을 뿐입니다”
A씨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술을 두 잔 정도 마셨는데, 그날따라 좀 빨리 취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약을 탔는지, 마약이 들어 있었는지는 몰랐습니다.”
그는 중국에서 함께 있던 사람들과 마약 관련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고,
그들을 처음 본 사람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술을 따라준 사람이 마약을 넣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4. 쟁점 — “고의가 있었는가?”
이 사건의 핵심은 ‘고의’,
그중에서도 ‘미필적 고의’(알면서도 위험을 용인한 경우)의 유무였습니다.
법원은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을 먼저 제시했습니다.
“유죄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주는 증거에 의해야 한다.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5. 법원의 판단 — “의심은 있으나 증거가 없다”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문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① 마약이 든 술임을 예상할 만한 사정이 없음
피고인은 그 중국인을 잘 알지 못했고,
사건 전후로 마약 관련 대화를 나눈 사실이 없었습니다.술자리에 다수의 다른 사람들이 있었고,
피고인이 그 술을 받았다고 해서 마약이 들어 있을 가능성을
예상하거나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② 채팅앱 대화 내용은 불명확
검찰이 제시한 “채팅앱 대화 내용” 역시
구체성이 떨어지고, 마약이 든 술을 마신 당시의 고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③ 미필적 고의 입증 실패
“피고인이 술을 마신 후 평소보다 빨리 취했다는 사정만으로
마약이 든 술일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6. 결론 — 무죄, 그리고 공시하지 않음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조차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
따라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7. 판결의 의미 — “마약사건도 결국 ‘고의’가 핵심이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마약 음용 사건’에서 고의 입증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법원은 단호했습니다.
“의심은 있으나, 확신할 증거가 없다면 무죄다.”
술 두 잔으로 시작된 오해,
하지만 법원은 끝내 “그가 마약이 든 술임을 알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결론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