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 키웠다고 기소된 펜션 주인, 법원은 왜 무죄를 선고했나

“자진 신고한 피고인… 양귀비 성분 몰랐을 가능성 높아 무죄”
Oct 31, 2025
양귀비 키웠다고 기소된 펜션 주인, 법원은 왜 무죄를 선고했나

1. 펜션 화단의 양귀비

2020년 봄, 인천 옹진군의 한 펜션.
주인 A씨는 정원 화단에 이름 모를 꽃을 심었습니다.
화단은 늘 손님들이 오가며 볼 수 있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5월 초, 펜션에 묵던 손님 한 명이 화단을 보더니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거, 양귀비 아닌가요? 마약 성분이 있는 꽃이잖아요?”

A씨는 놀라서 즉시 경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손님이 그러는데, 이 꽃이 마약 성분이 있다네요. 확인 좀 해주세요.”


2. 경찰의 출동, 그러나 이상한 처리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화단에는 실제로 양귀비로 보이는 식물 300여 주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간단히 확인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약 성분이 있는 양귀비가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정확히는 모르니 일단 폐기하세요.”

그런데 경찰은 양귀비 검체를 채취하지도 않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지도 않았습니다.
형사 입건도 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그냥 돌아갔습니다.


3. 검찰의 기소 — “양귀비를 알면서 재배했다”

며칠 뒤, A씨는 느닷없이 마약류관리법 위반(마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그가

“2020년 3월경부터 6월 초 검거 시까지
펜션 화단에서 마약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 336주를 재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경찰이 폐기를 지시했는데도 따르지 않았다”며
A씨가 양귀비의 마약성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4. 피고인의 항변 — “몰랐습니다, 제가 먼저 신고했잖아요”

A씨는 일관되게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저는 이게 마약성분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 걸 알았다면 왜 손님들이 다 보는 화단에 심겠습니까?
게다가 제가 직접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는 경찰의 지시대로 일부 식물을 뽑았지만,
“정확히 어떤 종이 문제가 되는지 몰라 완전히 정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5. 법원의 판단 — “경찰 조치조차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경찰의 초기 대응부터 지적했습니다.

“경찰이 마약 성분이 의심되는 양귀비를 발견하고도
검체를 수거해 국과수 감정을 의뢰하지 않았고,
피고인을 입건하지도 않은 채 현장을 떠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어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경찰이 피고인에게 양귀비에 마약 성분이 포함돼 있다고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거나, 폐기 지시를 분명히 전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6. “자진 신고자의 동기, 수긍된다”

법원은 A씨의 자진 신고 행위에 주목했습니다.

“피고인이 마약 성분이 있는 양귀비임을 알고 있었다면,
경찰에 직접 신고해 확인을 요청할 이유가 없다.
누구나 볼 수 있는 화단에 그런 식물을 심을 이유도 없다.”

결국, A씨의 진술은 자연스럽고 일관되며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7. 판결의 의미 — “의심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자진 신고자조차 ‘마약 재배범’으로 몰릴 수 있는 위험성을 보여줬습니다.
법원은 명확히 말했습니다.

“의심이 간다고 해서 범죄자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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