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서울 강북구의 한 빌라.
이웃 간 층간소음 문제로 시작된 갈등이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피고인 A씨는 위층에 사는 B씨 부부에게
“시끄럽다”며 문을 두드리고 고함을 지르는 등 항의를 반복했습니다.
검찰은 이 행위를 단순한 항의가 아닌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판단했고,
추가로 A씨가 큰소리로 위협적 발언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박죄를 함께 적용했습니다.
원심의 결과
1심은 A씨의 스토킹 혐의와 협박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했습니다.
피고인: “단순한 항의일 뿐, 스토킹이 아니다.”
검찰: “판결이 너무 가볍다. 모든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한다.”
항소심의 판단
항소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협박죄: 유죄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무죄
형량: 징역 8개월
① 협박 혐의: 유죄
재판부는 먼저 협박 부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피고인이 2022년 6월 24일 자정 무렵,
위층 피해자를 향해 큰소리로 욕설과 위협적인 발언을 한 것은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
즉, 층간소음 항의 과정에서 한 발언이라도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준다면 협박죄가 성립된다는 판단입니다.
② 스토킹 혐의: 무죄
하지만 스토킹 혐의에 대해서는
“반복성과 지속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A씨가 총 5차례 피해자 집 앞에서 소란을 피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각 행위 간의 간격이 수개월에 달해
“시간적·행위적 연속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스토킹범죄로 처벌되려면 행위 간에 일시·장소의 근접, 기회의 동일, 범의의 계속 등이 있어 일련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행위는 시기별로 단절되어 있었다.”
또한 10월의 두 차례 행위는 연속적이지만
그 횟수만으로는 반복적 스토킹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를 지속적·반복적인 스토킹으로 보기 어렵다”며
스토킹 혐의 부분은 무죄, 협박 혐의는 유죄로 결론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이웃 간의 분쟁이 언제 스토킹 범죄로 확장될 수 있는지
그 기준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법원은 “단순한 항의나 일회성 다툼은 스토킹이 될 수 없으며,
행위 간의 ‘지속성·반복성·의도’가 입증되어야 처벌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감정적 충돌이 반복된다 해도
그 자체만으로는 스토킹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